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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신데렐라의 효도체험'을 느끼며

 저녁시간에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 몇시에 들어 오실거냐고 아빠 퇴근시간에 맞추어 들어오시라고 하여 어버이날인데 철없이 밖에서 놀다 오려고 그러는구나 하고 그냥 알았다고 만하고 안 그래도 공문 만들 것과 낮에 있었던 방송특강 사진과 동영상 편집을 할 일이 있어 저녁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퇴근하는 길에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거실 웨곤에 놓여진 두 개의 미니 꽃바구니 속의 빨간 카네이션 곁에 보랏빛 스타치스를 떠올리며 그것은 좀체 시들지 않으니 마른 꽃으로 분리해서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들어섰다.
갑자기 없던 향기가 돌았다.

‘무슨 향기지?’ 아이들은 시침이를 떼고 평상시처럼 각자 딴전을 폈다. 부엌을 돌아가니 칼라가 화려한 접시가 놓여져 있는 것이 발견 되었다. 오픈되는 순간부터 두 아이는 식탁을 세팅하느라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엄마가 들어오고 아빠의 퇴근시간을 기다려 좀 늦은 저녁시간인데 자기들이 차려 놓은 음식을 인내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가운데 투명 볼에 담긴 파랗게 채색된 연어 알, 그 주위에 파란색 오이, 노란 색의 계란노른자 지단, 붉은색의 당근, 살색의 게살, 원형으로 곱게 디자인 한 이름하여 ‘캘리포니아 롤‘ 이었다. 미국서 잠시 지낸 고교시절 먹어보고 직접 해 본 이 메뉴를 자주 노래 하더니 자기들 입맛에 맞는 어버이날의 효도 밥상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도 효자 과에 속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교육자가 맞구나‘ 라고 자부했다.

수다는 아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어제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기위해 대학가를 돌았다 한다. 경제적 개념이 작용하여 우선 몇군데를 돌아보고 살려고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같은 꽃인데 값이 내려가더라는 것이다. 재미를 부쳐 더 돌아 다녔는데 떨이로 아주 싸게 샀다고 아직은 철없이 자랑을 한다. 야채를 싸는 구운김이 정결하게 포개져 있어 ‘김도 잘 구웠구나‘ 라는 말에 ’구운김 산거라..‘ 고 하는 동생 말을 입으로 막고 그렇다고 누나가 나서며 수고를 인정 받을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채가 곱고 가늘게 썰어져서 이 당근채는 누구 솜씨냐니까 가늘고 고른 것은 아들이,  굵고 규칙적이지 못한 것은 딸솜씨라 했다. ’어찌 남자가 더 잘써냐‘ 의 아빠 말을 내가 이었다. 그렇다 아들은 섬세하고 차분하나 누나는 패션이나 색에 대한 감각은 있지만 손동작이 섬세하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양성성을 가진 자가 21세기의 글로벌 시대에 성공한다고 치하하며 시장끼를 채운 우리식구는 서로에게 김에 야채와 연어 알을 싸서 아들이 엄마께 딸이 아빠에게 어빠가 엄마에게  딸에게 권해 주느라 바쁘다. 그러는 동안 샤니(애완견)는 식탁 밑에서 음식 기다리느라 고문받고 천정에 달린 삼각 엔틱의 시계바늘은 자정을 넘어 가고 있었다. ‘자 이제 치우자 설걷이도 잘하지? ‘ 식탁 차린다고 몸을 그렇게 날렵하게 움직이던 큰 아이가 시계를 보더니" 어버이 날이 지났어요" 라고 하며 신데렐라로 돌변했다. 그래서 '어버이 날'을 하루 정한 것일까! 일년 중 하루의 시간만이라도 효도체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잠시 가졌던 딸에 대한 무한대의 기대감에서 빠져나와 금방 성찰일기를 가슴에 새겨 본다. 난 일년중 며칠이나 부모님께 진정 고마움을 느끼며 표현을 하였던가? 값비싼 선물을 부쳐드린들 직접 찾아 뵙는 것과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아이들이 차린 밥상에 이렇게 위로를 받는구나‘ 라는 신데렐라의 효도체험을 하였다. 내년에 돌아올 '어버이날 선물'을 맘 속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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