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혹은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주는 돈이다. 또 뇌물은 어떤 직위 또는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적인 일에 이용하기 위해 건네는 돈이나 물건 따위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지만 촌지는 그렇지 않다. 촌지는 그 단위가 낮고 적다하여 촌지이리라. 마디 촌(寸)과 뜻 지(志)로 이루어진 촌지라는 단어는 다시 말하면 ‘아주 작은 정성 혹은 마음의 표시'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그 성격이 바뀌어 요즘의 촌지는 '뇌물'의 성격을 띤 금품을 뜻하기도 한다.
자신의 위치나 신분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많은 금액의 선물이나 돈을 주고받으면 그건 촌지가 아니라 뇌물이다. 그렇다면 교직이 과연 뇌물을 받을 만한 직위나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학부모가 교사에게 건네는 것은 촌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정성이나 마음의 표시 이상의 다른 의도가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말도 탈도 많은 것이리라.
우선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학부모가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자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주는 작은 선물이 아니고 내 아이가 혹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주는 것이거나 혹은 교사의 은근한 압력에 의해서 할 수 없이 주게 될 때는 아무리 작을 액수여도 문제가 생긴다. 또 내 아이만 특별히 잘 봐달라는 이기심에서 주는 것은 받는 교사도 문제지만 학부모 측에도 문제가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교사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은근히 촌지를 바라는 교사 김봉두 같은 사람도 있을 테고 난 촌지 따위는 절대 받지 않겠다고 결심하여 음료수 한 병이나 빵조각 하나도 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또 어중간하게 10만원 이상은 과하니 받지 않고 그 이하는 그냥 정성을 생각해서 받겠다는 사람도 있고 돈이나 상품권은 절대 받지 않으나 그냥 가벼운 선물 정도는 받아도 된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교사가 촌지를 받으면 그 학생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될까? 또, 촌지를 주지 않은 학생을 미워하거나 무관심하고 소홀히 대하게 될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교단에 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촌지가 학생을 대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랑도 미움도 제 할 탓이라는 말이 있다. 촌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아이들의 개인적 행동에 따라 교사의 반응도 달라진다.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고 성실한 학생은 예쁘기 마련이다. 촌지를 아무리 많이 갖다 주어도 친구들과 끊임없이 싸우며 말썽을 부리는 학생은 꾸중을 듣게 되어 있다.
바로 내일 모레가 스승의 날이라서 교사들은 은근히 고민이 많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선물 받지 않으니 가져오지 말라’고 미리 말하기도 꺼림칙하다. 그게 잘못 오해되면 학부모 측에서는 오히려 선물 가져오란 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것 같다. 몇 억을 줘도 아깝지 않을 고마운 분이라면 이렇게 말이 무성하게 나올 리 만무하다. 제발 이번 스승의 날만은 촌지가 변색이 되거나 뇌물이 되어 또 한차례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으로는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리라. 교사나 학부모 모두 정도를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고 순리대로 행동하여 아무 말썽 없이 지나가길 비는 마음 뿐이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 살얼음판을 딛고 강을 건너 가야 할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