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 학교 사서교사가 교장에게 보낸 메신저이다. 물론 교장이 부탁한 것이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1. 현재 우리학교 장서는 1,591권
2. 도서실 총 책장 길이는 17,436cm
3.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장서의 총길이는 2,922cm(신간도서포함)
4. 최근 새로 들어온 도서 234권(200만원) 길이는 402cm 입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엥? 이게 무엇일꼬? 교장은 이것을 가지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2,922*100/17,436=16%.......책꽂이에서 장서가 차지한 비율
402cm/234권=1.7cm, 2,922cm/1,591권=1.8cm......학교 도서 한권의 평균 두께(2008.5 // 2006,2007)
이백만원/234권=8,547원......최근 들어온 책 한권의 평균 구입 가격
17,436-2,922=14,514cm......우리학교 장서로 채워야할 빈 책장 길이
14,514/1.8=8,063권......우리학교 빈 책장 꽉 채울 경우 장서 권수
8,063권*8,547원=6,891 만원......우리학교 빈 책장을 채울 도서 구입 금액
개교 3년차의 학교 도서실 실정이 여실이 드러나 있다. 책꽂이의 84%가 텅 비었다. 말이 도서실이지 볼 책이 별로 없다. 질은 고사하고 양적인 면에서 불합격 도서실이다. 전임 교장이 30%만 채웠어도...원망해도 소용없다. 책임은 현재 교장에게 벌써 넘어와 있다.
도서실 문턱을 없애고 늘 열려 있는 도서실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쪼개 시간제 사서까지 채용하였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방과후 시간에 학생들이 도서실을 찾고 있다. 단골손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책이 문제다. 그들의 갈증을 풀어주려면 장서가 풍부해야 한다. 그런 조건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나머지 빈 책장을 채우려면 8,000 여권, 대략 6,800 여만원이 필요하다. 욕심을 반으로 줄여도 4,000 여권, 3,400 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웬만한 학교도서실 부럽지 않다. 도서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교장 체면도 선다.
200 만원 도서를 기증할 독지가 17명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 지역여건을 보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가 수 십명으로 학교운영지원비와 급식을 지원 받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학부모 한 분이 234권(200 만원 상당)을 기증하였다. 좀 있으면 수원시에서 지원한 300 만원 어치 장서가 들어온다. 2학기 신간도서 구입 계획도 있다. 그래도 책꽂이의 20%도 채우지 못한다. 어찌할 것인가?
지난 달 '우리 학교 점심시간 도서실 풍경' 리포트에서는 빈 책장이 부끄러워 일부러 그것을 피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찰영하는데 얼굴이 화끈거린다.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그렇다면 대책은? 해마다 학교 예산 도서구입비를 최대한 확보하고 독지가의 협찬을 받거나 학교 도서 모으기 운동을 펼치면 가능하리라 본다. 세 가지 방법 모두 만만한 것이 아니다. 타부서의 양보, 독지가의 자발성, 교육공동체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장, 학교에서 최고의 위치이지만 걱정거리도 최고로 많다. 학교의 제반 문제 최종해결자가 바로 교장이다. 뾰족한 해결방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예산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 머리가 무겁다. 그렇다고 무관심한 체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여하튼 해결해야 한다.
도서실에서 나온 학교장의 얼굴이 벌겋게 된 이유를 사람들은 알고나 있을까? 교장의 속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