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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청와대에 푸른 꿈을 심은 어린 새싹들


-원평초등학생들 수학여행 동행기-



5월 27일,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 5,6학년 전학생(80명)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의 우려 속에서도 들뜬 가슴을 안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비를 준비하는 날씨는 무척 덥고 습도도 높았지만 가슴 설레는 여행길에 나서는 학생들에게는 상관없었다. 버스 안,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담임선생님의 견학 사전 안내 및 예비 학습, 짝들과의 즐거운 대화, 오늘의 벅찬 기대감 때문에 밤잠을 설친 듯 깊은 잠에 빠진 학생들,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면서도 휴게소에 언제 도착하느냐고 보채는 학생들, 모처럼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의 모습이 자유롭고 다채롭다.

용인 한국민속촌에 도착했다. 시간을 거슬러 옛날로 돌아 간 듯, 우리 조상들의 독특한 의식주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시켰다. 먹거리 장터, 지방과 계층에 따라 달랐던 전통가옥, 민속신앙, 전통의례, 민속놀이 등의 전통문화에 대한 견학을 하였다. 그러나 역시 어린이들이었다. 제사보다 젯밥이 우선이었다. 먹을 것과 놀이시설 이용, 사극 촬영 현장과 인기 연예인의 모습을 보는 것과 사인을 받는 것 등이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촬영 현장에 대한 통제로 직접 볼 수 없는데도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올 때 직접 만나 사인을 받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수학여행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 것이라면 숙소에서 친구들과의 짓궂은 장난일 것이다. 잠자는 친구들의 얼굴 분장해주기, 거친 장난으로 서로의 관심을 표현하는 남여학생들, 웃고 떠들고 쿵쿵거리다 다른 투숙객이나 숙소관계자로부터 호되게 혼나는 학생들, 먹거리를 사 나르다 선생님께 꾸중 듣는 학생들 모두 모두 단 하루 밤을 그냥 자버리기에는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주위의 어른들과 선생님들의 꾸중을 들으면서도 움츠림은 잠시뿐이었다. 담임선생님들조차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려 한다. 하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훗날 성인이 되어 곱게 간직되어질 추억이 어찌 만들어지랴!

이튿날 용인에서 서울까지의 도로는 가다서다가 되풀이 되었다. 끝없이 다가오는 차량들의 행렬에 수도권 특유의 답답한 교통현실이 안타까웠다. 전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학생들은 창밖의 경치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한밤중처럼 제멋대로 꼬꾸라져 자고 있었다.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도착하면 비가 멎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눈을 감고 흔들리는 차에 몸을 맡겼다.

싱그러운 5월의 태양을 먹고 푸르름이 짙어진 녹음으로 뒤 덮인 청와대 녹지원의 정원수가 방금까지 쏟아진 빗물을 머금고 더욱 싱싱한 생기를 풍겼다. 녹지원 중앙의 수령 160여년짜리 반송은 청와대 정원수들 중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인지 수령보다는 훨씬 우람하고 윤기가 났다. 안개 같은 구름이 청와대 뒷산을 감돌고 있어 TV에서 늘 보아오던 아름다운 바위와 숲의 북악산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었다.

청와대! 말로만 듣고 TV에서만 보아오던 대한민국의 심장부, 긴장감이 엄습하는 듯 철없는 어린 학생들조차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진지하게 들으면서 안내원을 따른다. 청와대의 역사와 구조, 청와대에서 하는 일, 대통령님의 하시는 일 등에 대한 학습과 청와대 부속 건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저도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이 돼야겠어요.” “저는 대통령이 되어서 청와대에서 살겁니다.” 청와대에서 푸른 꿈을 심고 간직하고 키우려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나라 전체가 청와대의 소유일 것 같은 청와대의 위용을 뒤로 하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600년 수도 서울을 지키고 조선 500년의 역사와 숨결이 새겨져 있을 경복궁에 도착했다. 옛날의 영광과 회한이 사극의 장면 장면들로 연상되어져 눈앞을 스쳐갔다. 드라마에서나 보아오던 옛 궁궐을 보는 어린학생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박2일의 짧은 여정 이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민속촌의 견학, 국가 통치의 산실인 위풍당당한 현재의 청와대, 옛 영광이 고스란히 담겨진 경복궁, 과거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직접 확인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박물관, 미래의 훌륭한 주인공이 되기 위한 지식과 정서로 가슴에 깊이깊이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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