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이 떠난지 두달 가까이 되는데 지금도 생전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인은 정말 선생님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모든 면에서 열심이셨지요"
'씨랜드' 화재 참사 현장에서 순직한 김영재교사(38)가 재직하던 경기 화성 마도초등학교 강경자교장은 10일 서울에서 온 '낯선 손님'의 방문을 받고 "아직도 직원현황표에서 김선생의 사진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강교장을 찾은 사람은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초등학교'로 바꾼 주역인 '씨알교육연구회' 소속 정상복(서울용두초등교)·이치석(〃)·오은정(서울영화초등교) 교사 등 3명. 생전에 얼굴한번 본적 없지만 화마속에서 어린생명을 구한 고귀한 뜻에 감동, 고인의 묘소에 헌화하기 위해 가던 길이었다.
강교장은 "김교사의 거룩한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수많은 전화와 편지를 받았지만 영결식 이후에 이렇게 직접 찾아 온 사람은 없었다"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유족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7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광주교대를 졸업, 교편생활을 시작해 마도초등교로 전근오기까지의 궤적을 설명한 강교장은 "고인은 자신이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라서인지 시골학교 학생들에게 유달리 애정을 쏟았다"며 유능한 후배교사를 잃은 아픔을 토로했다.
강교장은 "고인은 대학시절 스카웃 동아리 대장으로 활동하는 등 남다른 의협심을 가졌을 뿐 아니라 대학원을 다니면서 교사로서의 자질향상에도 노력했다"며 "특히 컴퓨터에 능해 동료교사의 연수도 담당했다"고 밝혔다.
강교장은 "자신이 인솔해간 47명의 어린이를 구해낸 이후에도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는 말을 학생들로부터 들었을때 그사람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먼저 세상을 버린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씨알교육연구회'는 김교사의 살신성인이 한국교육사에 기리 남을 하나의 사건이라며 '김영재선생 추모사업회'(가칭)를 구성, 김교사 죽음을 교과서에 반영하고 기금을 마련해 빈곤·질병·결손아동을 돕는 한편 김영재교육상을 제정하는 계획 등을 강교장에게 전달했다. 강교장도 이들의 활동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씨알교육연구회'는 본사와 공동으로 이달안에 추모사업회를 발족하고 교원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교총도 김교사와 부인 최영란교사(37·수원칠보초등교)가 모두 교총회원이고 김교사가 교육자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자녀 두명에게 대학까지 장학금을 지급키로 한 바 있다.
강교장으로부터 고인의 생전이야기를 들은 교사들은 고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마도초등교 운동장에서 그가 구해낸 어린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뒤로하고 용인공원묘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