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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왜 우리가 미친 소 수입을 해야 합니까

“왜 우리가 미친 소를 수입해야 합니까? 누구 맘대로 대통령은 우리들에게 미친 소를 먹이려 합니까? 나나 여러분은 머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기 싫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런 소를 먹으라고 합니다. 아무 염려 없으니 먹으라고 합니다. 값도 싸고 질도 좋으니 먹으라고 선전합니다. 대통령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업자입니까. 왜 남의 미친 소 광고를 해줍니까?”

학교에서 행하는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서 한 아이가 ‘왜 우리가 미친 소를 수입한 것을 먹어야 하느냐’라고 반문합니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들이 ‘소고기? 그거 안 먹으면 되지’ 하고 있다며 잘못된 어른들의 생각들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사실과 대책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소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라는 말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학교에선 해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대회를 엽니다. 이번엔 유난히 광우병과 관련된 소고기 수입문제와 독도와 관련된 주장이 많이 나왔습니다. 물론 두발자유화나 학교폭력, 성문제 같은 주장들도 가감 없이 나왔지만 작금의 현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최고의 대화거리는 미국산 소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구호를 외치고 자율발언을 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끼리끼리 모여 대화하는 걸 스치듯 엿듣다 보면 민망할 정도로 대통령을 비난합니다.

하기야 요즘에 대통령이 어디 대통령입니까. 명색이야 한 나라의 수반이고 대표이지만 제나라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입장에서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이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말 못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짐짓 딴청을 피우며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 눈을 부라리며 달려듭니다.

대통령이 미국 소 수입업자도 아니면서 미친 소 광고를 해주냐고 묻는 아이에게 어른인 난 왠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소고기 수입 문제뿐만 아니라 우열반을 만들고, 학원자율화 조치를 해 아이들은 진을 다 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거리에 나게 밤늦게까지 촛불을 밝혀 드는 현실, 어른들은 손들고 반성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특히 당사자들은 더욱 그렇고요.

며칠 전엔 교실에 들어가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 사람 손들어 봐’라고 했더니 ‘그건 왜 물어요.’ ‘혹시 거기 못 가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라고 반문하며 손을 들까말까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촛불집회에 참가하거나 그곳에서 발언을 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경찰이 모 학교에 찾아와 학생을 취조한 사건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당당합니다. 할 말이 있으면 하고 맙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합니다.

두발 문제에선 ‘왜 학생들은 머리 기르고 파마하고 염색하면 안 되느냐. 파마하고 염색한다고 해서 공부를 못 한다는 것은 어른들 선입견이다’라고 하면서 헌법까지 들먹이기도 합니다. 이에 한 아이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라고 반박을 하며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기도 합니다.

독도 문제만 해도 아이들은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 때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데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발언했는데 뒤이어 일본의 문부성이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독도를 자국영토로 명기하겠다고 한 것이 대통령 탓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또 이것이 독도 포기 발언으로 이어져 수많은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대통령과 현 정부의 역사의식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주일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한일관계에 민감한 역사교과서, 독도, 동해 표기에 대한 입장을 삭제하였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복원시킨 예가 있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잘못된 과거의 역사를 바라잡고, 우리의 것을 우리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우리 역사교육이 지식위주의 교육이 되었다면서 우리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실질적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들 같은데 조금만 귀 기울려 들으면 우리 어른들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 촛불 집회도 어른들이 아닌 어린 중고생들이 시작한 게 아닙니까. 그들의 뜨거운 마음이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까. 배후 어쩌고 하지만 아이들은 압니다. 자신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한 배후가 누군지 아는 것이지요.

어른들은 종종 요즘 아이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어린 것들은 버릇이 없어. 자기 밖에 몰라.’ ‘이웃이나 사회문제엔 관심도 없어. 말은 어떻고. 입에 나오는 소리가 다 욕이야 욕.’

물론 버릇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게 우리 청소년들의 일부 모습인 것 맞습니다.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입시에 찌들고 찌들어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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