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출근 길에 “안녕하세요? 아드님이 취직했다구요. 축하드립니다. 요즘같이 취업하기 힘든 때, 무난히 취업의 관문을 뚫었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 2 교무실에서 “최 선생님, 오늘은 10년쯤 젊어 보이는 것 같아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선생님 때문에 저도 더불어 젊어지는 것 같아요.”
# 3 조례 시간에 “민수야 선생님 어제 감동먹었어. 어쩜 그렇게 발표를 잘하니. 어제처럼만 한다면 민수가 하고 싶은 일 다 이룰 수 있을 거야”
첫 번째 장면은 출근 길에 마주친 이웃과 나눈 대화다. 아무래도 어렵게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아들의 얘기를 꺼내는 것이 그 분께는 가장 좋은 인사리라.
두 번째 장면은 옆 자리에 앉은 동료 선생님과 나눈 아침 인사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부딪치는 선생님이지만 내가 먼저 사기를 올려 주면 그 즐거움은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온다.
세 번째 장면은 아침 청소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나눈 대화다. 민수의 발표가 설령 시원찮았어도 내가 던진 말 한 마디는 학교생활에 지친 민수에게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사람들 간에 오가는 대화가 무척 중요하다. 특히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일수록 말 한마디의 가치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위의 장면에서 “취업한 아드님 결혼시키려면 돈 많이 들겠어요.”, “최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표정이 좋지 않아요.”, “민수야 어제 발표는 실망스러웠어. 그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없어” 라고 말했다면 상대방의 하루는 어땠을까? 아마도 무겁고 힘든 하루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인들은 숨막히는 입시와 취업 경쟁, 생활고 등으로 인해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무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정보화로 인하여 인간관계도 점점 소원해짐에 따라 진실한 가치를 찾기는 더욱 힘든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말 한마디는 가뭄 끝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굳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거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격언이 아니더라도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수단임에 분명하다. 특히 상대방을 배려하고 격려하는 말은 묘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확실하게 믿어주고 격려하는 긍정의 힘은 때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쿵푸팬더’도 사부(시푸)가 제자(푸)에게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말을 통하여 불가능(뚱보)을 가능(무림의 최고수)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감기환자에게 물을 주고 좋은 약이라고 하면 실제 물을 먹고도 낫는다는 플라시보 효과도 이런 내용에 다름아니다.
지리한 장마처럼 계속되는 광우병 논란과 촛불 정국으로 인하여 가벼운 말 한마디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습기먹은 옷감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역시 말의 힘을 빌리는 것이 가장 좋다. 다소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들어 기분 좋은 말은 결국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덕담 한 마디로 활기찬 아침을 시작한다면 꽉 막혔던 소통의 문도 결국 활짝 열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