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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형택 선수 길러낸 이종훈 둔내초 교감

"사람되는 교육이 먼저"


지난 11일 이형택 선수의 국내 첫 ATP 투어 우승에 전국민이 기뻐하고 있을 때, 강원 둔내초의 이종훈(53) 교감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20여년 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이형택 선수에게 처음 테니스를 가르친 사람이 바로 이 교감이기 때문. 지난 84년 테니스가 처음으로 초등부 정식종목으로 신설되자 각 학교에서는 서둘러 테니스를 주종목으로 채택하기 시작했고 평소 테니스 실력이 뛰어났던 이 교감은 특기교사로 임명돼 강원 횡성군의 우천초로 부임하게 됐다.

"날마다 테니스장 망에 매달려 훈련받는 형들을 열심히 지켜보는 아이가 있기에 '테니스가 하고 싶으냐'고 물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하고 싶다'고 대답하더군요."

이 교감은 이형택 선수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이 교감이 가르치던 5학년생 중 한명이 현 국가대표인 백승복 선수.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고 저한테는 '도끼'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기초체력 중심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형택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왔어요."

당시 이 선수는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웠고 학교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근성 있는 아이는 길러야 한다"는 이 교감의 소신이 자칫 비뚤어질 수도 있었던 이 선수를 키워낸 것이다.

이 교감은 "형택이가 어딜 가나 꼭 전화해서 선생님을 챙긴다"고 밝힌 후 "99년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금으로 된 라켓을 가져다주는데 눈물이 다 났다"며 제자를 자랑하기도 했다.

"저 자신이 8남매의 막내로 풍족하게 먹지 못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제자들이 경기할 때는 꼭 과일을 사다 줍니다. 저뿐만 아니라 김동시 전 우천초 교장선생님, 김종열 강원도테니스협회장, 조태진 횡성군수 등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형택이에게 도움을 주셨고요."

현재 재직하고 있는 둔내초는 학생들에게 주종목인 양궁을 지도하기에도 여건이 빠듯해 이 교감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강원도테니스협회 전무이사, 지도자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교감은 학교체육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운동 종목에서 전국대회 우승이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비중을 인정해주지 않아요. 교육당국이 체육을 홀대하면서 성과만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항상 '사람되는 교육'을 주장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자기를 가르친 스승조차 몰라본다면 말이나 되겠습니까.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체육교사가 많이 나올 때 한국체육 전체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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