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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부끄러운 자화상 되돌아 보아야

슬픈 일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토록 뻔뻔해졌을까. 자격연수건 직무연수건, 연수를 받을라치면 눈 말똥말똥 뜨고 하나라도 더 배워서 학교 현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타성에 빠진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건만, 종치기 전에 일찍 끝내주는 강사를 명강사로 추켜올리질 않나, 강의 시작하자말자 졸지를 않나…. 교감 승진 대상 교사를 상대로 '선진국 교육경쟁'에 대한 강의를 맡았던 한 칼럼니스트의 지적(동아일보. 8.2일자)은 부끄럽다 못해 뼈아프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가, 재미없는 공부 일찍 끝내고 나가주는 것을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정해진 수업시간을 줄여 먹는다거나, 아이들과 짜증나는 실랑이 벌이기 귀찮답시고 엎드려 자고 있는 아이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것이 어디 교육이겠는가. 선생님과 학교가 존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부끄러운 얘기 몇 가지 더해 보자. 방학을 앞두고 일선학교 교장․교감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근무조와 관련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방학이 되면 선생님들은 연수원 한 장 내놓고 아무 걱정없이 푹 쉬어도 되는 것쯤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교육공무원법 제 41조에 근거하여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 연수기관 또는 근무장소 이외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선생님들이 집에서만 쉬려고 하니 방학 중에 학교 지킬 사람이 교장․교감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나친 비약일지 몰라도 한달 넘게 쉬면서 단 하루도 학교에 나와보지 않는 선생님들에게서 학교에 대한 애정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은 것이리라. 자기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 애정이 없는데 거기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또 무슨 열정을 쏟을 수 있을 것인가.

학년초의 풍경은 더욱 씁쓸하다. 담임을 맡으면 골치 아픈 일만 생기다며 서로 안맡으려 하는 통에 교장 교감이 선생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통사정을 해야하니 말이다. 평소에 건강이 철철 넘치던 교사가 꾀병을 앓는 때가 바로 이때이고 여교사의 경우 임신계획이 있다는 등의 별별 핑계가 난무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모두가 담임맡기를 거부하는 상황이 온다면 학교 조직과 학급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며 아이들은 누가 관리한단 말인가.

교사의 직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음에 조금이라도 감사한다면 모두가 스스로에게 부여된 소명과 책무를 깨닫고 교육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족한 지식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연찬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자신이 맡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자식처럼 여겨야 한다. 아이들 하나라도 잘못되면 제 책임인 양 안타까워 할 줄 알아야 하고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기꺼이 공익을 우선할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되돌아 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교육자의 대오각성만이 위기에 빠진 오늘의 학교와 교육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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