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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진작가와 같은 선생님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다.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수백 명, 수천 명의 경쟁선수를 물리치고 태권마크를 달았으니 그것만 해도 엄청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것만 해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족하다.

그런데 비록 금빛 아니더라도 은빛 찬란한 메달을 목에 걸면 그것만 해도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비록 금빛, 은빛도 아니고 동빛을 목에 걸어도 그 빛은 엄청날 것이다. 땀의 결실, 노력의 결실, 열심의 결실이기에 조금도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왕기춘 선수가 유도 73㎏급 결승서 13초 만에 허무한 한판패를 당하고서 얼마나 아쉬웠던지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회한의 눈물을 보이며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서 함께 가슴 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한 상태에서 실력으로 졌다면 덜 아쉬웠겠지만 8강전에서 왼쪽 옆구리 쪽에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선 허리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전할 정도로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시합을 했으니 어이없이 한판패로 끝나고 말았으니 가슴을 쓸어내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 선수에게 8강전에서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왕 선수의 입장에서는 원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낙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왕 선수에게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고 그 밤이 계속 있지는 않는다. 곧 사라지고 밝은 날이 오게 되어 있다. 어두운 밤이 회한의 밤이고 눈물의 밤이고 통한의 밤이고 슬픈 밤이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밤이고 몸까지 멍들게 하는 밤이지만 그 밤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 밤은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왕 선수에게 찾아온 어두운 밤을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어두운 밤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어두운 밤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어두운 밤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다.

고통의 밤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고통의 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낮이 찾아오는 것을 알게 하고 기쁨의 낮, 희망의 낮, 밝은 낮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우쳐 줘야 할 것이다.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방향도 잃어버리고 혼돈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 선생님들은 방향을 잃지 않도록 혼돈 속에 해매지 않도록 힘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진작가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때는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곳이 아니고 어둡고 컴컴한 암실에서 만들어 내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어두움 속에서 어두운 밤을 맞은 학생들을 더 훌륭한 인물로 만들어 내는 사진작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왕 선수처럼 벼랑 끝으로 느낄 수 있는 밤을 맞이한 학생들에게 벼랑 끝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자. 어두운 밤은 새 출발을 하는 곳임을 알게 하자. 우리의 희망은 어둠 속에서 새로 시작됨을 깨우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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