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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한가위에 생각나는 마을 이야기

농경사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풍요로운 한가위명절의 마을 풍경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고 사이좋은 알밤삼형제가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탐스러운 모습을 자랑한다.

빨간 사과와 대추, 감이 익어가고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의 껍질을 깎아 줄에 매달아 놓은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초가지붕위에는 하얀 박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고 돌담 위에는 달덩이 같은 호박이 뒹굴고 있다.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떼를 지어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의 전통시골마을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아름답고 정감이 흐르는 마을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성세대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추석명절이 되면 코스모스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시골길을 예쁜 한복을 입고 손에는 선물꾸러미를 든 채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오는 아름다운 모습도 요즘은 점점 보기 드물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소나무의 솔잎을 정성껏 따서 얇게 깔고 찐 송편을 입안에 넣으면 솔 향이 입안에서 잠시 머물면서 우리 고유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명절이었다.

마을마다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문도 안 잠근 채 내 집처럼 생각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던 농산어촌에는 이농현상과 함께 폐가가 늘어가고 아름다운 마을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사람의 정이 점점 멀어져가기에 아쉬움만 남을 따름이다.

전통적인 마을에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이 있고 마을마다 색다른 문화가 있으며, 전설이 있었고, 특색 있는 마을 행사가 축제처럼 이어져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었었다.
전통마을이 수평적으로 형성되었는데 반해 주거환경의 변화로 아파트가 생기면서 수직공간으로 인공적인 마을이 형성되고 있으며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 ○○ 마을이라고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어도 이웃 간의 정은 예전처럼 가까워지지 않고 정겨움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단위인 가정이 모여서 마을을 형성하고 공동체생활을 해오며 살아가고 있는데 마을이 하나 없어지면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지기 때문에 박물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마을의 골목길이나 넓은 마당에 동네아이들이 모여 놀이를 하며 떠들썩하게 노는 모습도 보고 싶다. 전통마을에서 집단놀이를 즐겨 하였다면 아파트 마을의 아이들은 개별적인 놀이를 더 많이 하며 노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학원한곳을 덜 보내더라도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현명한 학부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해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길러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래아이들끼리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주어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치고 배울 것이 아니겠는가?

마을 문화는 공동체 문화이기 때문에 사람을 존중하는 인성의 바탕이 형성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가위에는 전통마을의 놀이나 문화를 체험하면서 우리 것을 배우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한가위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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