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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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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손길이 농부의 손길처럼

울산은 산업도시다.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다. 이런 도시에도 논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저가 근무하는 곳도 고개만 들면 논이 보이는 곳이다.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 벼가 누렇게 익은 것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심 속의 농촌이다.

어제 가까운 논길을 걷는 시간이 있었다. 누렇게 익은 곡식을 보면서 농부들의 땀흘린 댓가가 열매로 나타남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누런 황금들을 보면서 풍요를 느끼게 된다. 금년에는 태풍 한 번 불지 않아 농사가 아주 잘 된 것 같다. 벌써 추수를 하는 곳도 보인다.

논길을 걸어보니 새삼스러웠다. 대부분의 논에는 벼가 누렇게 잘 익어 곧 농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곳에는 아쉽게도 벼 가운데 잡초가 너무 많이 보였다. 벼보다 키가 더 크게 자라고 있었다. 벼를 압도하고 있었다. 수확의 어려움이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아마 농사를 짓는 농부가 너무 바쁜 모양이다. 손이 미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벼가 자라기 전에 잡초를 한 번 뽑아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농부가 없는 논은 없다. 농부가 없는 벼도 없다. 반드시 논에는 농부가 있다. 벼가 있다면 농부는 있게 마련이다.

농사가 잘 되고 못 되고는 농부의 손에 달려 있다. 잡초가 많다는 것은 농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부의 관심이 적은 논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농부의 열성이 없는 논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농부의 성실이 결여되어 있으면 잡초가 고개를 더 내민다. 농부가 하는 일이 잡초를 뽑는 일이고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약을 뿌리는 일이고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논을 매는 일이다.

벼가 누렇게 익은 논에 잡초가 무성하다니. 누렇게 익은 벼 속에 잡초가 더 판을 치다니, 누렇게 익은 벼 속에 잡초가 더 기세를 부리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분명 농부의 실수였다. 분명 농부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분명 농부의 불성실함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벼 속에 잡초가 판을 칠 수가 없다. 잡초가 기세를 올리지 못할 것이다.

농부의 손길이 너무 아쉬웠다. 농부의 할 일을 잊은 것 같았다. 농부의 무관심이 논 전체를 멍들게 만들었다. 그 속에 자란 벼는 잡초로 인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 수확량도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역할도 농부의 손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젖게 된다. 학생들을 반듯하게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농부처럼 성실함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잡초와 같은 환경을 제거해 주기 위해서는 농부처럼 관심이 필요하다. 농부처럼 정성이 필요하다. 농부처럼 열성이 필요하다. 농부처럼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반듯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 늘 관심을 갖고 늘 정성을 쏟아야 하고 늘 성실하게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늘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해 나가야 하고 학생들의 인성이 비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처방으로 학생들을 지도해 나가야 한다.

학생들이 건실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성실한 농부처럼 되어야 한다. 근면한 농부처럼 되어야 한다. 늘 관심을 쏟는 농부처럼 되어야 한다. 때를 놓치지 않는 농부처럼 되어야 한다. 늘 열심이 남달라야 한다. 그러면 벼가 정성을 쏟은 만큼 잘 자라듯이 학생들도 정성을 쏟은 만큼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고 벼가 관심을 가진 만큼 풍성하게 잘 자라듯이 학생들도 관심을 가진 만큼 알곡 가득한 벼처럼 좋은 성품 가득한 품격 높은 학생들로 자라날 것이다.

농부가 없는 논이 없듯이 선생님이 없는 학교는 없다. 농부의 손길이 닿으면 벼가 잘 자라듯이 선생님의 손이 닿으면 학생들이 건강하게 자란다. 선생님의 손길이 농부의 손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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