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내년에 1차적으로 30개 학교를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하여 빠르면 2010년에 개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늦어도 2012년까지 추가로 70개 학교를 지정하여 총 100개 사립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 안이 발표되자 교육계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대 측이 내세우는 핵심 쟁점은 법인 전입금이 턱없이 낮다는 데 있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6개고) 설립의 요건이었던 등록금수입 대비 25%이상이었던 법인 전입금이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 3~15%로 완화됨으로써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도 ‘자율형 사립고’의 연간 동록금이 일반계 고교(144만원)의 3배 수준(430여 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입학금과 수업료는 3배이내라는 기준을 지키더라도 보충수업비, 자율학습비 등의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면 연간 1천만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며 서민층의 자녀는 ‘자율형 사립고’ 진학은 언간생심(焉敢生心)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 설립의 가장 큰 취지는 현재의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경쟁력을 키우자는 데 있다. 벌써 십 수년째 평준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고교 교육과정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할 만큼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되어 있어 다양성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니 국가 발전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 양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자율형 사립고’가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보다 교육 과정 운영상에 있어 좀 더 자율적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56단위)에서 지정한 과목별 수업시간도 20%를 학교 자율로 운영할 수 있고, 학사 운영도 학년 구분없는 무학년제와 현행 2학기제를 3․4학기제로 바꿀 수 있는 등 다학기제가 가능하다. AP(대학과목 선이수제), IB(대입국제표준화프로그램) 등도 수업 시간에 가르칠 수 있다. 한 마디로 법인의 설립 이념이나 교육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
법인 전입금이 낮춰짐으로써 학생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귀족 학교’ 논란이 일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지원과 전형 방법의 다양화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정부 지원의 경우 ‘자율형 사립고’에 한해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을 대폭 인하하고 교육용 시설을 무상 또는 저가로 장기 임대함으로써 학교 운영비를 낮출 수 있다. 또한 법인 전입금 비율을 높이기 위하여 수익 사업에 대한 감세 조치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 ‘자율형 사립고’의 신입생 선발도 특별전형을 통하여 20% 정도는 저소득층 자녀를 선발하도록 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
‘자율형 사립고’ 도입이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지필고사 위주의 선발 방식보다는 중학교 내신 성적과 면접을 중심으로 선발한다면 오히려 입시 경쟁 완화는 물론이고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형 사립고’ 도입은 운영 방법상의 문제만 해결하면 자율과 창의를 통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양화와 특색화를 통한 교육 경쟁력 강화라는 세계적인 화두에 비춰볼 때 ‘자율형 사립고’ 설립은 시대적 요청이나 다름없다. 일부에서는 ‘자율형 사립고’가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 ‘자율형 사립고’는 차별화된 환경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학생(엘리트)을 교육한다는 점에서 그 도입은 불가피하다. 교육의 힘으로 이만큼 성장한 대한민국이 평준화 교육에 집착하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