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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황부장의 '장모님 대추'를 보며…



"교장 선생님, 대추 좀 갖다 드릴까요?"
"아니, 웬 대추죠?"

"장모님이 옥상에서 기르신 대추를 따왔어요."
"아, 그러세요! 그러면 맛 좀 보게 5개만 주세요."

복도에서 마주친 황부장과의 대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검단에 살고 계신 장모님을 친어머니 모시듯 한다. 매주 주말이면 아내와 같이 찾아 뵌다는 것이다. 가져 온 대추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니 3층 옥상에 흙을 갖다부어 심었다는데 얼마나 잘 가꾸셨는지 한 말 정도 땄다고 한다.

장모님은 4남매를 두셨지만 장성한 자식들이 너무 바빠 큰사위가 큰아들 역할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혼자 사시는 장모님은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큰딸, 큰사위와 의논을 하신다고 한다. 큰사위 못지 않게 큰딸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집에 가져온 대추를 가족이 맛보더니 그 당도에 감탄을 한다. 아내는 "이제껏 먹어본 대추 중 가장 맛있다"고 한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고교생 딸과 아들도 몇 개씩 그 자리에서 해치운다.

필자도 어렸을 때 집안에 대추나무가 있었다. 송충이도 잡고 대추열매가 익기 전부터 대추맛을 수시로 맛보았다. 잘 익은 대추는 이웃에 돌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개 비릿내가 조금씩은 풍긴다. 그러나 황부장이 가져온 대추는 그게 아니다. 알도 굵고 정말 달다.

"황부장님, 장모님 대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대추 이름도 붙였다. '장모님 대추'라고. 오늘은 당도의 비결에 대해 물어보았다. "장모님이 동네에서 나오는 한약 찌꺼기를 거름으로 주셨어요. 대추나무에 얼마나 열매가 열렸는지 가지가 찢어질 정도였어요. 사다리 놓고 땄는데 2남2녀 자식들과 이웃에게 대추를 나누어 주었답니다."

황부장이 부럽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필자도 장인, 장모님이 계시지만 설날과 추석, 생신 때 그리고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찾아뵙는 것이 고작이다. 갈 때는 과일 상자와 용돈을 드린다.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고 하는 것이다.

머무는 것도 서너 시간이다.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한다. 아내에게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을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조선시대 사람이라고 나무란다. 진정으로 장인과 장모님을 부모님 모시듯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풍성하다. 우리 학교 황부장, 작은 것이지만 가을의 결실을 이웃과 나눌 줄 알고 특히나 장모님을 모시는 태도가 정성스럽다. '장모님 대추'를 맛보며 옥상 정원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자연의 생명력과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 느꼈다. 대추나무에 장모님 사랑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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