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참 기분이 좋은 주일이었다. 울산여고 근무할 때 모셨던 퇴직하신 교장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선생님 한 분과 함께 짧은 시간이지만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행복이었다.
더욱 감사한 것은 교장선생님께서 오실 때 그냥 오시지 않고 귀한 선물을 함께 가져오셨기 때문이다. 약 30cm 정도 되는 굵은 대나무 반쪽이었다. 직접 손수 만드신 것으로 보였다. 이것을 가지고 발바닥을 두드린다든지 지압을 하면 건강에 좋다고 하시면서 가져오셨다. 너무 고맙고 감사할 뿐이었다. 이 귀한 선물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으랴!
이 선물 속에는 교장선생님의 후배 사랑하는 따뜻함이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아시고는, 운동을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 조금이라도 건강을 지키게 해 주기 위해서 그것을 저에게 선물해 주셨다.
후배를 배려하는 마음, 그것이 교육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것을 가지고 매일 같이 발다닥을 두드리며 교장선생님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저에게는 기쁨과 행복의 씨앗이 되는 것 같아 흐뭇하기 그지없다. 그것으로 발바닥을 두드리면서 ‘교육은 사랑’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니 이중삼중 기쁨이 쌓인다.
교장선생님의 지속적인 사랑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인 것 같았다. 이번에 만나서도 문교감이라고 부르면서 정성에 담긴 선물을 주실 때에는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장선생님에게는 영원한 교감이었다. 조금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 다정스럽게 들렸다. 더 가깝게 해주시는 것 같았다.
현직에 계실 때보다 더욱 건강해 보이셨다. 짧은 시간에 교감인 저가 더 말을 많이 하였다. 듣기보다는 푸념하는 자리, 하소연 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그것 다 들어주셨다. 그러면서 조언까지 해 주셨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진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말씀은 적으시면서 행동으로 나타나는 사랑의 표현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때 저를 포옹하시는 교장선생님에게서 더욱 따뜻한 교육애를 느낄 수 있었다.
한참 더 많은 것을 교장선생님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았다. 말로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행동으로 하는 사랑이 참된 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랑의 표현이 말보다는 얼굴의 밝은 표정이나 조그만 선물일지라도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것이 더 진함을 알게 되었다. 떠날 때 포옹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포옹을 해 주시는 선생님이 어디 흔한가? 저에게는 평생 처음 경험하는 따뜻한 포옹이었다. 퇴직을 하면 교장선생님과 같은 사랑의 표현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배려의 마음도 배워야겠다. 언어보다 표정으로, 말보다 행동으로,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적은 말로 후배 동료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고 싶다. 교장선생님께서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후배들을 많이 격려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오늘 아침에 가져본다.
“내 비장의 무기는 희망이다.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 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는 나폴레옹의 말씀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나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아직 교육사랑, 학교사랑, 학생사랑, 선생님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기에 오늘도 용기를 가지며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