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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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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책 읽기 위해 집중해야

어제는 스산한 비가 겨울을 예고하는 듯하였지만 오늘은 늦가을을 다시 회복하는 것 같다. 맑고 푸른 하늘, 높고 깨끗한 하늘, 보이는 나무마다 마지막 형형색색의 진미를 나타내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럴 때면 다시 마음을 다잡아 책읽기에 나서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란 말이 있다. 글은 글대로 나는 나대로, 곧 글을 읽되 정신은 딴 데 쓴다는 말이다. 정말 나는 나대로 글은 글대로 될 때가 많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정신은 딴 데 가있다. 글을 내려가는데 정신이 딴 데 가 있으니 내용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주체가 누구인지, 누가 누구에게 말했는지, 누가 대답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만 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책을 덮는 게 낫는데 책을 덮지는 않고 계속 읽어 내려간다. 온갖 생각을 다해가면서. 이럴 때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란 말이 실감난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적어도 책을 읽을 때는 숙독상미(熟讀詳味)해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읽고 음미해야 한다. 그래야 책을 읽은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책을 책대로 나는 나대로 놀아서는 안 되겠다.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모습을 보면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하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 눈을 피해 가면서 문자메시지를 날리기도 하고 책을 보는 체하면서 옆 친구와 눈치를 주고 받기도 하며 책을 진짜 읽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릿속에는 온갖 잡념들로 가득차 있다면 이는 읽는 시간 자체가 너무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詳味)해야 한다. 책을 자세히 읽기 위해서는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을 집중해서 읽고 음미해야 제맛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집에서도 어디서 책을 읽든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詳味)하도록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詳味)하면서 종일 책을 읽으면 자기도 모르게 엄청난 진보를 가져올 것 아닌가? 권독종일(券讀終日)의 효과는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詳味)했을 때만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책 따로, 나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눈은 책으로, 마음은 콩밭으로 가서야 책의 진미를 맛볼 수가 있겠나?

따로 놀지 말자, 책 따로, 나 따로 노는 것은 책 읽기에서 피해야 할 것 중의 하나다. 바늘에 실이 가고, 실에 바늘 가듯이 책 읽기에 있어서도 눈 가는데 정신도 가고 정신 가는데 눈이 함께 가야 한다.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글을 읽는 데 몰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글을 읽는 데 몰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반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 다른 일을 모두 잊어버리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숙독상미(熟讀詳味)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 글 읽기에 깊이 빠져 그 책이 주는 참맛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체험을 얻기 위해 더욱 책과 가까이 하고 책을 펼쳐 보고 펼친 책을 눈으로 읽어보고, 소리내어 읽어보고, 마음으로 읽어보고 맛을 음미하고 그것을 다시 재생산해 보려고 메모해 보고 생각해보고 글을 써보고 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순환운동을 하듯이 반복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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