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현장에서 교장과 교사들간 갈등의 골이 교육파행을 초래할 정도로 깊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교장과 교사간의 갈등은 교장의 지도·감독권 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교원노조의 단체협약 체결 이행과 교사의 수업권 주장을 두고 주로 발생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공동대표·김용길 목사)이 "교원노조와 교육청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단체협약의 시행을 중지하라는 행정금지가처분신청과 단체협약의 절차와 내용이 무효라는 본안 소송)에서, 서울시초등교장들은 단체협약으로 인한
학교 피해 사례를 수집한 소송관련 자료를 최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법정 시비의 대상은 '학부모와 교장 대 교원노조'로까지 확대된 셈이 됐다.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이미 시행중인 단체협약을 중지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행정금지가처분신청은 기각해, 단체협약이 무효나 아니냐는 본안 소송이 현재 남아있는 상태다. 269명의 초등교장들은 "단체협약이 교육 황폐화의 주범"이라며 주번교사와 출근부·폐휴지 수합·학습지도안 폐지 등으로 제시한 수백 건의 사례들에는 교장과 교사들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주번교사제도 폐지와 관련해 교장들은 "주번교사 부재로 안전사고가 종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아침마다 잡상인들이 학교주변에서 물건을 팔고 상품광고를 돌리지만 주번교사가 없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아 교장이나 교감이 나가서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 "8차선 도로에 인접한 학교라 전교직원이 합의해 주번활동을 하기로 했지만 전교조 지부에서 '주번제를 폐지키로 한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는 바람에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지시를 두 차례나 받았고, 그 일로 교장과 교사간에 알력만 생겼다"고 주장했다.
출근보조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교사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출근하지 않아 아동들의 연락을 받고서야 대처한 경우까지 있다"고 말하고 "아침에 교장·교감이 순시하면 교사를 믿지 않는다고 불만이고, 출근문제를 두고 전직원 회의나 부장회의에서 논의해 보지만 부작용만 많고 해결도 되지 않으며 교사와 교장·교감간의 관계만 악화되고 있다"며 교장들은 하소연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의 활동을 흠집 내려는 목적이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며 "폐 휴지를 수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가 지저분해 지지도 않았고, 주번교사가 학교 안전의 전부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연말 전교조 교사들 위주로 진행된 소파(한·미행정협정) 개정 공동수업은 교사의 수업권과 교장의 지도·감독권이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수학습과정안을 작성해 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교육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승인 없이 공동수업을 강행하려는 전교조 교사들과 교장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잠복한 가운데 고양시 K중학교에서는 겉으로 분출돼, 급기야 '교장퇴진'을 주장하는 성명서가 고양시 촛불시위에서 뿌려지고 학생과 학부모까지 교장과 교사 편으로 양분되기도 했다.
담임과 부장 배정, 사무분장을 해야하는 새 학기는 교장과 교사들간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시기이다. 서울 K고교의 교장은 "기준만 제시해야 하는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아예 사람까지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교장은 결재만 하라"고 압력을 넣는 노조교사들도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바라보는 양 당사자들의 시각이 전혀 달라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교장들은 '교육보다는 노동자의 권익과 편안함을 우선 시하는 노조 교사들의 이기심'이 원인이라고 여기는 반면 노조교사들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교장들의 독선'에서 그 원인을 찾으면서 "새로운 학교운영 패러다임이 정착될 때까지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강인수 교수(수원대)는 "교육당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학교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교육부나 교육청의 적극적인 조정 역할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