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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서슴지’와 ‘넉넉지(~않다)’

일간 신문에 ‘한, 홍준표 이한구 박진 강행모드 배경에 입각설(?)’이라는 표제어 아래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이미 당 일각에서도 내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대적인 2기 개각을 단행할 경우 1기와는 달리 당내 중진 의원 중 상당수를 입각시켜 당정간 원활한 소통 등을 통한 정치권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고 있다.’

기사의 내용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강력 반발에 따른 대치 정국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강경하게 나가는 것에 대한 논평이다. 기자는 한나라당의 강경한 태도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2월께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면 개각 시에 당내 입각을 염두에 둔 충성(?)의원들의 분위기라고 추측하고 있다.
여기서 ‘서슴치’는 잘못된 표현이다. ‘서슴치’는 기본형이 ‘서슴다’이다. 이에 대한 활용은 ‘서슴-’이라는 어간에 어미 ‘-지’가 연결된다. 따라서 ‘서슴지’가 바른 표현이다.
동사 ‘서슴다’는 흔히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1.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서슴지 말고 대답해라./내 양말의 뒤꿈치에 큰 구멍이 나 있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서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을 것이다.)2. 어떤 행동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그 사람은 귀찮은 일에 나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이와 조금 다르지만 다음의 ‘넉넉치’라는 표현도 잘못 쓰인 표현이다.

○ 경기 여건이 넉넉치 못해 소비심리 호전은 일시적
○ 투자자들의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을 알기에 가장 중요한 요점만 방송했고
○ 신지 데뷔 초 넉넉치 못했던 어머니 이야기에 눈물 펑펑

바른 표현을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한글 맞춤법 제40항을 읽어본다. 이 규정은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는 것이다. ‘간편하게/다정하다/연구하도록/정결하다/가하다/흔하다’를 ‘간편케/다정타/연구토록/정결타/가타/흔타’로 적는 것이 그 예이다.

우리말은 실질 형태소인 어간과 형식 형태소인 어미를 구별하여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간 끝 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남는 경우를 이해하고 사이 글자 ‘ㅎ’을 쓰는 일은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이런 까닭으로 소리 나는 대로 적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위 예와는 달리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 적이 있다. 이 경우에는 아주 준 대로 적는다고 밝히고 있다. ‘거북하지/생각하건대/생각하다 못하여/깨끗하지 않다/넉넉하지 않다/못하지 않다/섭섭하지 않다/익숙하지 않다’를 ‘거북지/생각건대/생각다 못해/깨끗지 않다/넉넉지 않다/못지 않다/섭섭지 않다/익숙지 않다’로 적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구분은 헷갈릴 수도 있다. 그러나 유심히 관찰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즉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주는 현상은 무성음(안울림소리) 받침(ㄱ,ㄷ,ㅂ,ㅅ) 뒤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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