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여 ‘수업’과 관련된 연수를 받던 중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이라고나 할까 생각지도 못했던 실습 위주의 예절관련 강의를 듣게 되었다. 처음 시간은 ‘다도예절’이며 둘째시간은 ‘우리 옷의 멋과 절’에 관한 시간이었다. 오늘 강의는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도외시 하며 살아온 교사들에게 넓은 눈과 깊은 마음을 가지도록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도예절에 대해서는 우리다문화연구소연구원에 김을희 연구원께서 강의해 주셨다. 김연구원은 생존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사회가 워낙 복잡하고 분주하여 차나 격식을 등한시 하게 되었고 정신문화가 황폐해지면서 사회는 각박해지고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개탄하셨다. 또 대가족 제도의 밥상머리교육이 사라진데 대하여도 안타까움을 드러내시며 이를 위하여서라도 차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다.
김연구원은 차의 기원과 역사부터 성분과 효능, 차를 분류하는 법, 차 마실 때 주의할 점에 대하여 비교적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실 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부분을 일깨워 주시며 건강을 위하여 차를 마시며 또 맛있는 예절로 멋있는 차를 마시도록 당부하셨다. 찻상을 가운데 놓고 부부간에, 또 부모와 자녀간에 잔잔히 오가는 대화를 상상해 보라.
이론부분의 강의가 끝나고 이제 실습을 할 차례. 2명. 혹은 3명씩 앉아 실습을 해 보았다. 인사 후 상보를 걷고 탕관 물을 귀때그릇에 따르기, 귀때그릇 물을 다관에 따르기, 귀때그릇 물을 찻잔에 따르기 등의 준비과정과 다관에 차를 넣고 차 우리는 법 등 다소 복잡해 보이기는 하였으나 금방 익숙하게 되었다.
곧 이어 한복예절에 관한 실습은 성균관대학교 김용자 겸임교수께서 강의를 맡으셨다. 한복을 우아하고도 품위 있게 차려 입으신 김교수는 격식에 따른 한복의 종류와 한복 바르기 입기, 절의 종류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집합체인 한복은 개성이나 예술성, 기능성을 나타내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우리 한복이다.
그동안 문화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절에 대하여 가르치는 것을 익혀두었지만 오늘 실습을 통하여 더욱 뚜렷해졌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절의 방법과 회수, 높은 어른이나 선생님, 연장자, 상급자 등에 대한 절의 방법, 제자나 연하자의 답례방법, 혹은 절을 받는 방법 등을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알랴.
결혼 후 한복을 입은 회수가 10손가락 이내에 들 정도로 한복과는 친숙하지 못한 우리 교사들에게 오늘 강의는 우리의 것을 잊고 살았던 반성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가르쳐 주어야 하겠다는 강한 책임감마저 느꼈다.
이제 우리교사들의 가정부터 높은 선반에 놓여있는 다기가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또 우리의 자녀들부터 다도를 가르쳐 보자. 손님이 왔을 때 뿐 아니라 우리가족부터 예의를 갖추어 찻상 앞에 앉아보자. 처음엔 힘이 들고 시간낭비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교육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매일 조금씩 다듬다 보면 어느새 생활의 일부분으로 우리문화에 깊숙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장롱 깊이 넣어둔 한복을 꺼내어 손질부터 해놓자. 동정도 새로 달고 접혀진 고름도 반듯하게 다려놓자. 그리고 집안의 행사 때에나 일상생활에서라도 가끔씩 한복을 입어보자. 외관으로 보이는 선의 아름다움과 색채의 조화로움, 여유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풍요로움으로 어린이들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에 앞장서 가는 교사의 참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