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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갱생의 봄은 멀기만 한가

학교에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경쟁으로 숨 막히는 교실에서 교과서나 문제집 펼쳐놓고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들로 꼭꼭 짚어 주는 교사는 여기저기 많은데, 아이들 하나하나의 마음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힘든 세상 어찌 살아야하는지를 본이 되어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오늘 우리 교단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점수를 올려주는 데는 학교선생님보다 학원 강사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도 다 그런 까닭 아니겠습니까. 학교에서는 잠자고,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한다거나,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 선생님의 말씀에 더 순종하는 세태와 관련해서는 욕심 많은 학부모들이나 아이들만을 탓할 수 없습니다. 학교가 교육의 본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다보니 시류에 영합하며 학교의 학원화를 조장하고 있지나 않는가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누군들 그러고 싶어 그러냐고 되물으실 수도 있겠지요. 그럴 수밖에 없는 한국적 교육풍토를 저 또한 모르는 바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지금처럼 잘못된 교육을 반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자들 모두가 입만 열면, 우리 교육도 이제는 바뀌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의 눈이 정녕 같다면, 서로가 한마음 되어 팔 걷어 부치면 바꿔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를테면 밤 10시가 넘도록 까지 계속되는 고등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 대개의 경우 남의 학교가 붙잡아 놓고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인데, 다른 일은 끼리끼리 잘도 하면서 잘못된 것이 분명한 이런 일은 서로 핑계만대며 악습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세칭 일류대 집어넣는 숫자로 단위 학교의 교육성과가 가늠되고 마는 현실에서 입시위주 교육은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며 체념해버리기보다는, 교육본연의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은 실천의 차원에서 선생님들 모두가 굳은 결심만 한다면 못 이룰 것도 없습니다.

학교가 가정 구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학교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느냐고요?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그에 따른 공동체 사회의 해체, 개인주의적 사고의 확산 등으로 인해 가족 성원간의 유대, 상호간의 책임의식 등이 약화되면서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정해체현상이 우리 아이들을 극도의 위험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집 건너 이혼 또는 별거 가정이 생겨나고, 그런 가정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가족 간 반목과 불화는 필연적으로 아이들의 반사회적 일탈행위를 낳게 됩니다.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까닭도, 중도탈락자가 증가하는 연유도 기실 가정해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가정 때문에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안에서 우리 아이들은 너무도 안타까운 희생양입니다.

바르게 자라기에는 너무도 차가운 가정, 궁핍한 생활조건, 그로 하여 엄습하는 쉼 없는 불안의 그늘에 갇혀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세상은 충분히 꿈을 가지고 살만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일을, 삶에 지쳐 제대로 부모 역할을 못하는 학부모 대신 우리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해줄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좋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크게는 나라 안팎으로 시련이 몰아치고, 작게는 가정 가정마다 이런 저런 고난이 중첩되는 시기에, 학교가 우리 모두의 희망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될 미래사회의 동량을 길러내는 학교, 한 가정의 내일을 책임질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을 만드는 학교야말로 어둠 속 구원의 등불처럼 모두가 바라는 희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가 험난한 현실 앞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아니면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현실에 안주만하고 있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깊은 실의와 낙담뿐일 것입니다. 경제가 살아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살아나야 합니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처럼, 밖에서 누군가 살려주어야 살아나는 교육이 아니라, 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자력갱생의 교육일 때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담론이 아닙니다. 정치적 이념도 아닙니다. 헝클어진 교육현장과 정책방향을 이끌 탁월한 리더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 또한 필수요건은 아닙니다. 그저 이 학교 저 학교 이름 없는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대하며, 비록 힘들지만 가르치는 일에 책임과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붓는 일만이 필요합니다.

겨우내 죽은 듯이 숨죽이던 생명들이 기적처럼 깨어나는 새봄입니다. 어떤 것은 꽃피고 어떤 것은 소리치고 어떤 것은 춤추고 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눈물겨운 저 대자연의 부활의 축제 앞에서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의 학교, 아름다운 교정마다 개나리 목련보다 더 눈부신 교육갱생의 진정한 봄이 왔으면 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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