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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들이켜다’와 ‘들이키다’

‘들이켜다’와 ‘들이키다’는 모음이 달라 뜻도 다르다. 그런데 ‘들이켜다’를 써야 할 자리에 ‘들이키다’를 쓰는 경향이 많다. 다음의 예를 보자.

○ 얼떨결에 따라간 비싼 술집에서 상표나 종류도 모른 채 몇 잔 들이키고, 이내 취해버려 독하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 만일 음주 중 물을 많이 마시지 못했다면 취침 전에 물 2컵을 들이키고 자는 게 좋다.
○ 신태용 감독대행이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물을 들이키고 있다.

위 예문은 신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위 예문에서 밑줄 그은 부분은 모두 ‘들이켜고’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들이켜다’는 동사로 1.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
- 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잘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 몇 잔 거푸 들이켜고 나서 나는 볼품없이 남들보다 앞질러 취해 버렸다.(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질척한 부엌 바닥이 마땅치 않아 애꿎은 냉수만 한 쪽박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부엌을 나왔다.(박완서의 ‘미망’)2.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마시다.
- 가끔 도시가 답답하면 시골로 가 가슴을 열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기도 한다./잠시 동안 숨을 들이켜고 나서 홍이는 문간에 깔아 놓은 노적 섬을 밝고 들어선다.(박경리, ‘토지’)

‘들이키다’도 동사이다. 이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이 있다.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 있는 말은 ‘들이켜다’라고 하고, 동작의 주체를 움직이는 것은 ‘들이키다’라고 한다. 참고로 ‘들이키다’의 반대말은 ‘내키다’이다. 이는 ‘공간을 넓히려고 바깥쪽으로 물리어 내다’라는 뜻으로 ‘돌담을 내켜 쌓아 마당을 넓혔다./집을 헐어 밖으로 내켜 짓고….(최남선의 ‘심춘순례’)’처럼 쓴다. ‘들이키다’나 ‘내키다’는 공간의 이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들이켜다’와 ‘들이키다’를 혼동하는 이유는 어미 활용 때문이다. 둘은 과거형으로 쓰면 ‘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와 ‘꽃이 피어 있는 난(蘭) 화분을 안쪽으로 들이켰다’로 형태가 같다. 즉 과거형이 동일하다보니 그 원형을 혼동했던 것이다.

‘들이켜다’와 의미가 같은 단어로 ‘켜다’가 있다. ‘켜다’는
1.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다.
- 그는 막걸리 한 사발을 쭉 켠 다음에 논두렁에 앉아서 땀을 닦았다.2. 갈증이 나서 물을 자꾸 마시다.
- 짜게 먹어서 그랬는지 물을 많이 켰다./땅에 내려와 그걸 포식한 콘도르는 짠 걸 먹어서 한없이 물을 켠다.(윤후명, ‘별보다 멀리’)

‘들이켜다’와 ‘켜다’는 의미상 차이는 없지만, 어감은 ‘들이켜다’가 세고 적극적으로 느껴진다.
이와는 관계없지만, 갑자기 ‘헛물켜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헛물켜다’는 ‘애쓴 보람 없이 헛일로 되다.’라는 뜻이다(그는 여러 군데에 입사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번번이 헛물켰다.). ‘헛물켜다’라는 단어는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혹시 ‘들이켜다’와 ‘들이키다’가 헷갈릴 때는 참고하면 어떨까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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