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삼아 아침 일찍 고사리 채취에 나섰습니다.
산에 도착해보니 며칠 전 봄비가 내린 뒤끝이라 흙은 파실파실 부드러웠고, 산골짝은 향기로운 풀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활짝 핀 들꽃마다 벌이 날아와 꽃술을 훔치고 녹음이 가득한 산야는 안전에 아스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 손목처럼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여린 고사리를 똑똑 소리나게 꺾으며 모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행복한 하루였답니다.
이처럼 어디를 가나 봄꽃향기로 가득하고, 어디를 둘러보나 감동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에 잠시 바같 바람을 쐬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무척 좋답니다. 한교닷컴 독자여러분 중에 아직도 봄나들이를 하시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도화꽃이 지기 전에 꼭 상춘의 대열에 합류해 보시기 바랍니다.
먹음직스런 싱싱한 먹고사리~ 먹고사리는 살짝 데친 다음 된장을 푼 물에 멸치와 함께 넣어 약한 불에 자글자글 끓이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답니다.
고사리를 꺾다가 만난 청보리밭 풍경.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늴리리.
한하운의 - 보리피리 중에서 -
보리밭에는 우리민족의 애환과 역사가 깃들어 있답니다.
서정주님은 '문둥이'라는 그의 시에서 천형(天刑)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기를 잡아먹은 문둥이가 보리밭에 숨어 핏빛 울음을 토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데, 문둥이의 슬픔과 애절한 한을 그려내기에 보리밭보다 더 문학적인 배경은 아마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