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직선제로 선출된 초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5월 6일 오후 경기도 교육청 별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했다. 김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교육 혁신과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을 염원하는 경기도민 모두가 만들어주신 영광스런 자리’라며 ‘임기 동안 교육자적 양심과 무한 책임감으로 경기 교육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감은 1,200만 명이 사는 전국 최대 지자체의 교육 수장이다. 경기도 교육감은 10만 명의 교원을 하나로 이끌고 9조원의 예산을 들여 210만 명의 유치원, 초․중․고등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실로 막중한 자리이다. 그래서 경기도 교육감은 한마디로 경기도의 교육 대통령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이날 열린 취임식에는 안양호 경기도 행정제1부지사를 비롯해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이철두 경기도 교육위원회 의장 등 각계 인사와 시민 등 800여명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민노당 권영길, 민주당 김희철·안민석, 창조한국당 유원일 국회의원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당 국회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보도다. 사실 여당 국회의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 또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국정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 불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취임식에 여당 국회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듯해서 계속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알려진 것처럼 김 교육감이 진보성향의 교수 출신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듯하다. 즉 한나라당과 이념이 맞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취임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을 받지 않고 후보 개인이 등록을 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취임식에도 국회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 전에 보수계를 대표하는 후보 선거 사무실 개소식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만 판단할 일도 아니다. 언론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날은 마치 한나라당 경기도당 전당대회 같았다고 한다. 원유철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하여 박수자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남경필, 차명진, 이화수, 이범관이 참석을 했고, 경기도의회 진종설 의장, 도의원 이음재, 이철두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최운용 교육위원, 김희자 경기도청소년수련원장, 김용서 수원시장, 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 양태흥 전 경기도의회 의장, 김준호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박해진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이금숙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 교육계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지역 단체장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김상곤은 이제 진보 성향의 교수가 아니다. 경기도민이 선출한 경기도 교육감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불참이 의도적이라면 이는 사사로운 감정을 내세워 경기도민의 대표를 무시한 처사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저조하고, 임기가 짧다며 현 교육감의 위상을 폄하하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도 교육의 수장으로서 역할도 작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 경기도 교육에 직․간접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취임식에 참석해서 새 교육감의 취임사를 들어야 했다. 특히 이번처럼 투표율이 낮고 임기가 짧아 도 교육감의 위상이 흔들릴 때는 집권당의 도움이 더 절실하다.
교육 정책을 실현하고, 교육 개혁을 진행하는 데는 진보나 보수라는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교육이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이다. 김 교육감은 취임식에서 임기 동안의 포부를 밝히고, 경기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기본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중에는 교육감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정책과 제도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 정책 당사사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더 적극적으로 교육 정책을 조율하고 공교육을 위해 뒷받침을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김 교육감의 선거 공약과 취임사를 들어보면 현 정부의 교육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이념이 있어 임기 동안 마찰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정부 당국자가 무턱대고 김 교육감과 대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이 입는다.
지금 교육은 위기에 봉착했다. 공교육이 부실하고, 사교육에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한다. 교육이 다양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도 여전하다. 우리 사회도 이념의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진보성향의 김 교육감 당선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당은 오히려 이번에 적극적인 협조로 한 차원 높은 정치 문화 건설과 공교육 살리기를 하는 두 마리 토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