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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과교실제’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새학기부터 ‘교과교실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교과교실제’라고 해서 같은 반 학생들이 함께 과목별로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교과교실제’는 현재의 일부 교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모든 과목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우수 학생과 부진 학생을 한 교실에서 동일하게 교육시키는 현재의 교육방법으로는 교육의 질적 제고는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다.

‘교과교실제’는 모든 학교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7월 초까지 받아 600여곳을 선정한다. 교과부가 구상하는 ‘교과교실제’ 유형는 세 가지로 각각 내용을 달리하며 예산 지원액도 차등을 둔다. ‘선진형’은 대부분의 교과목을 교과교실제로 운영하며 45곳 정도를 선정하여 15억원씩 지원한다. ‘과목 중점형’은 수학, 과학, 영어 과목을 교과교실제로 운영하며 250여곳을 선정하여 5억원씩 지원하고, ‘수준별 수업형’은 기존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강화하는 형태로 360여곳을 선정하여 각각 3억원씩 지원한다.

‘교과교실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방식으로 학생의 수준에 맞는 효율적인 수업이 가능하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에 와서야 겨우 정착됐다는 점에서 무조건 예산만 지원하고 당장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서두르는 것은 오히려 득(得)보다 실(失)이될 개연성이 높다.

우선 ‘교과교실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간 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 교실을 찾아 이동하다보면 자칫 휴식 시간이 줄어들거나 다음 시간 수업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교실이 없기 때문에 사물함을 어떻게 설치하고 관리할 지도 문제가 된다. 또한 학생들을 능력에 따라 분리하여 수업해야하기 때문에 교사의 충원도 이뤄져야 한다.

물론 교사의 입장에서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 환영한다. 우선 수업종이 울리면 교실을 찾아 가느라고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자신의 전용 교실에 머무르면서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와 같이 교사들이 이동하면서 수업하는 방식은 각종 기자재를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또 기자재 훼손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전용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면 각종 기자재를 활용한 수업은 물론이고 기자재 훼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과교실제’가 학교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다양화와 전문화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조건 교실과 기자재만 갖춰놓는다고 해서 ‘교과교실제’가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교과교실제’는 그에 적합한 환경뿐만 아니라 교사 충원 그리고 관련 교육프로그램 등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여 충분히 검토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할 ‘교과교실제’가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여 건설 공사 현장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아까운 혈세만 낭비하는 등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교과교실제’는 교육의 실효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철저한 준비와 함께 유․무형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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