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술이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默而識之(묵이지지)하며 學而不厭(학이불염)하며 誨人不倦(회인불권)이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오.” 이 말의 뜻은 ‘묵묵히 마음속에 새겨 두고, 배우기에 싫증내지 아니하며, 남을 가르치기를 게으름을 피울 줄 모르는 이 세 가지 일을 나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구나’란 뜻이다.
이 말씀은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다. 공자께서 스스로에 대한 평가이다. 이 말씀 속에서 공자께서는 좋은 학생이요,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스로의 평가에서 겸손이 묻어나옴을 보게 된다. 자기는 배워 얻은 것을 마음에 새겨두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默而識之(묵이지지)는 잠잠히(默) 마음속에 새겼다는 뜻이고 마음속에 새겨 잊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자께서는 공부를 요란스럽게 하지 않았다. 잠잠히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복습을 철저히 하였다. 공부하는 표시를 내지 않았다.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조용한 가운데 공부를 철저히 하였다. 쉬지 않고 하였다. 꾸준히 하였다. 날마다 새로움이 있었다. 날마다 전진이 있었다. 그런데도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을 평가한 것이다. 이 말 속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배우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것이다. 힘든 것이다. 땀이 많이 요구된다. 인내가 필요하다. 끈질김이 필요하다. 자신과 싸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낸 것이다.
또 공자께서는 學而不厭(학이불염)하였다. 배우되 싫증내지 않았다. 不厭(불염)은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배우기를 좋아했고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부가 본분인데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배우기를 싫어한다. 이런 자들은 공자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배우기를 즐겨하며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는 것이다. 때가 되면 배운 것이 열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배우는 것 싫어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배우는 것에 싫증을 내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싫증이 나도 인내가 필요하다.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공자처럼 싫증내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잘 참고 견디며 학력 증진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또 공자께서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셨다. 가르치기를 잘 하셨다. 가르치는데 모범을 보였다. 게으름을 부리지 않았다. 성실하게 가르치셨다.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셨다. 아주 건강한 선생님이셨다. 아무리 가르쳐도 지치지 않으셨다. 또 공자께서는 실력있는 선생님이셨다. 자기 실력대로 확실하게 가르치셨다. 誨人不倦(회인불권)에서 誨(회)는 敎와 같은 뜻이다. 확실히 가르친다는 뜻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 선생님들도 공자와 같은 선생님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모범적인 선생님, 근면 성실한 선생님, 실력 있는 선생님, 건강한 선생님, 겸손한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도 부모님들도 참 좋아할 것 같다.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오.’란 말은 ‘나에게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말이다. 공자께서는 앞에 열거한 세 가지 즉, 잠잠히 마음속에 새기며,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남을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는 것, 이들 중에 그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하셨다.
실제로 이 세 가지가 없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낮추어서 하신 말씀이다. 자신은 이 세 가지 일을 못하고 있고, 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고,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실제로 세 가지 일을 잘 하신 분이시다. 이 말씀은 아주 겸손한 말씀이다. 주자(朱子)는 겸손하고 또 겸손한 말씀이라고 평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