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선진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以吾 一日長乎爾 (이오일일장호이)나 毋吾以也(무오이야)하라”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내가 하루라도 너희보다 나이가 많으나 말하기를 어려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께서 그의 제자인 자로(子路)와 증석(曾晳)과 염유(冉有)와 공서화(公西華)와 함께 앉았다. 그 때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먼저 말을 이끌어 나가셨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언제나 말을 이끌어가는 역할, 즉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제자와 함께 하는 자리가 있더라도 제자들이 선생님에게 먼저 말을 잘 건네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연세가 많으신 분 앞에, 더군다나 선생님 앞에서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말하기를 꺼려한다. 될 수 있으면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기도 한다. 자기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조심한다. 선생님 앞에 서면 주눅이 든다. 선생님 앞에서 괜히 떤다. 선생님 앞에서 두려워한다. 부담스러워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공자께서 먼저 제자들에게 마음에 평안을 주셨다. 마음에 부담을 줄여 주었다. 선생님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하셨다. 공자께서 눈높이를 낮추신 것이다. 가까이 가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어른의 대접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신 것이다. 그야말로 마음문을 열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기도 하셨다. 以吾 一日長乎爾 (이오일일장호이)라는 말은 자신을 낮춘 말이다. 내가(吾) 하루라도(一日) 너희(爾)보다(乎) 나이가 많다(長)라고 표현한 것은 낮춘 말이다. 나이가 하루만 많겠는가? 몇 년, 아니 몇 십 년 나이가 많을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제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자신을 낮추신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제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한 방법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결국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필요함을 잘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대화를 쉽게 하도록 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어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체면 차릴 것이 없다고 하셨다. 실수할까봐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왜 대답을 잘하지 못하는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시고 공자께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어려워하지 말고 체면도 없애고 편안하게 부담없이 대답을 하라고 하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자신있게 대답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질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毋吾以也(무오이야)에서 毋(무)는 금지(-말라)의 뜻이다. 吾以(오이)는 以吾를 도치시킨 표현이다. 나 때문에, 내가 나이 많다는 것 때문에 어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공자께서 제자와 가까이 하려고 애쓰는 모습,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한 번 그려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