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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반드시 독서하는 것만이 학문이 아니라고?

논어의 선진편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자로와 공자의 대화이다. 자로가 학문이 완숙하지 않은 자고를 계씨의 영지인 비읍의 읍재로 천거했다. 그 때 공자께서는 자로를 우려하였다. 학문이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은 자고가 사람의 자식을 해치지 않을까 해서다. 그 때 자로가 이렇게 공자에게 말하였다.

“子路曰有民人焉(자로왈유민인언)하며 有社禝焉(유사직언)하니 何必讀書然後爲學(하필독서연후위학)이리잇고”라는 말이다. 이 말은 ‘자로가 말하기를, 백성이 있고 사직이 있으니 어찌 반드시 글을 읽어야만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라는 뜻이다. 자로가 자고를 천거한 마당에 나름대로 합리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아도 학문을 하지 않고서도, 공부를 하지 않고서도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자로의 반문에 공자께서는 꾸중을 하신 것이다. “子曰是故(자왈시고)로 惡夫佞者(오부녕자)하노라” 하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런 고로 말 자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여기서 佞(녕)은 ‘말을 잘하다. 아첨하다.’의 뜻이고 惡(오)는 ‘미워하다’의 뜻이며 夫(부)는 ‘대저’의 뜻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자로가 말한 ‘何必讀書然後爲學(하필독서연후위학)이리잇고’란 말이다. 이 말은 자기가 변명하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천거한 자고를 세워주기 위한 말이다. 자로의 본 뜻이 아니다. 자로의 본래 생각이 아닌 것이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학문할 수가 없다.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학문을 이룰 수가 없다. 배움이 밑바탕이 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배움이 없는 자는 정치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자로의 이 말을 듣고 혼을 낸 것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대표적인 인물로 본 것이다. 말만 잘하는 이를 미워하신 것이다. 바로 얼굴을 보고 너 같은 자를 미워한다고 하셨다. 말만 잘하고 아첨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자로가 한 말을 무기로 삼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로가 한 말을 위안 삼아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공부가 다냐? 꼭 책을 읽어야 하냐? 하는 이들은 공자로부터 꾸중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자로의 위의 말 때문에 어떤 이들은 반드시 독서하는 것만이 학문이라 할 수 없다고 강변을 한다. 자로의 망령된 말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독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한다. 독서해야만 반드시 학문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공부를 하지 않기 위한 자기합리화는 좋지 않다. 잘못하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이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배우는 이는 책읽는 것이 학문을 이루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책을 언제나 곁에 두고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하루에 5분이고 10분이고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게 습관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름방학이다. 어느 때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 중의 책읽기는 꼭 들어가야 한다. 중요한 것도 많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책읽기가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방학이 끝나서 나는 책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책 한 줄도 읽지 못했다고 하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책을 가까이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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