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과 ‘오랫동안’도 자주 혼동한다. 특히 ‘오랜만’을 ‘오랫만’이라고 엉뚱하게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두 단어를 살펴보면,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이다.
- 야, 정말 오랜만이다. 이게 얼마만이냐.
- 타향에서 오랜만에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오랫동안’
시간상으로 썩 긴 기간 동안.
- 지금은 오랫동안 인기를 끄는 가수가 드물다. -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하다.
‘오랜만’의 본말인 ‘오래간만’은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뜻하는 말이다. ‘오래간만에 찾은 고향은 옛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래간만에 내린 비로 가뭄이 해갈되었다.’라고 쓴다. 이는 ‘오래’라는 부사에 ‘간(間)’, 그리고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만’이 합성된 단어다.
반면 ‘오랫동안’은 ‘오래’와 ‘동안’이 결합된 합성어다. 이는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오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똥안])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는 조건에 들어맞아 ‘오랫동안’과 같이 사이시옷을 쓰는 것이다.
‘오랜만’과 ‘오랫동안’은 형태소를 세밀하게 분석하면 이해가 빠르다. 또 ‘오랜만’은 긴 시간이 지나간 뒤를 언급한 것이고, ‘오랫동안’은 시간의 진행 상황을 표현한 말이라는 의미를 새겨도 쉽게 구분이 된다.
참고로 ‘동안’이라는 단어도 살펴보자.
‘동안’
어느 한때에서 다른 한때까지 시간의 길이.- 3시간 동안/사흘 동안
- 며칠 동안을 두고 생각했다.
- 내가 없는 동안 집을 잘 보아야 한다.
‘동안’은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는 명사로, ‘3년 동안의 군대생활/평생 동안 외길을 걸어온 장인(匠人)/한참 동안/내가 집에 없는 동안’이라고 쓴다. ‘동안’이 쓰일 때는 앞에 시간의 양이 언급되거나 그와 유사한 상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동안’이라는 명사 앞에 같은 의미를 지닌 ‘기간(其間)’을 중복해서 쓰는 습관이 있다.
○ 신종플루, 추석 연휴 비상, 연휴 기간 동안 거점 병원 운영.
○ 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각종 전시회가 개최됩니다.
○ 유급 휴가를 갔을 경우에는 휴가 기간 동안이라도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여야 합니다.
‘기간’은 ‘어느 일정한 시기에서 다른 일정한 시기까지의 사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이는 ‘동안’과 뜻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위 문장은 모두 의미가 중복되었다. 위 예문은 모두 ‘기간’이나 ‘동안’을 하나만 써도 뜻이 통한다.
문장에서 같은 단어, 구절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 어미, 조사도 마찬가지다. 반복을 피할 수 없거나 뜻을 강조하여 쓰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어구나 문법적인 요소를 되풀이하여 쓰면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다음 예문 ‘기(期)’와 ‘때’의 중복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 광복 직후엔 디자인 제작과 인쇄기의 미비로 일제강점기 때의 것에 약간 수정을 가해 사용했다.
○ 성수기 때 울릉도 여행하시는 분들 아래사항 꼭 참조 하세요.
○ 환절기 때 일교차가 크다보니 감기에 걸리는 분들도 많으시죠?
예문의 ‘강점기(강제로 점령한 시기)’, ‘성수기(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많은 시기. ‘한창 쓰이는 철’, ‘한철’로 순화.)’, ‘환절기(철이 바뀌는 시기)’는 ‘-기’에 ‘때’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뒤에 ‘때’는 군더더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