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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업 잘하는 교사’에 대한 단상(斷想)

보도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교원 임용시험 때 수업 실연을 잘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학교에도 수업 잘하는 교사들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수업 잘하는 교사’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교과부는 이 정책의 세부 계획으로 내년부터 임용시험 체제를 개편해 수업 실연 배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교사의 공개 수업 횟수와 공개 대상 등 세부적인 검토도 끝냈다. 또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과도한 행정 업무를 줄여주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 계획은 관련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과부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다시 말해서 수업을 잘하는 교사로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논리다.

실제로 교육에 있어서 수업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수업에 의해서 교육성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정점에 교사가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교과부의 생각에는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신규 교사를 임용 단계부터 수업 실연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시정되어야 한다. 현재 교사 임용 시험은 고시라고 불린다. 시험에 통과하기가 힘들다. 또한 이미 필기시험 합격 후 수업 시연으로 최종 당락이 결정되고 있다.

이미 현행 제도에서도 수업을 잘하는 교사는 충분히 선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수업 실연 강화 정책은 수험생들에게 쓸데없는 부담만 준다. 또 수업 실연에 대한 평가는 물리적으로 힘들고 불가능해 보인다. 경제적 손실도 크다.

그리고 교과부는 수업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듯해 안타까운 면이 있다. 교과 지식을 잘 전달하면 수업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물론 수업은 수업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과정이다. 학생은 저마다 다른 세계를 꿈꾸고 있다. 이들 사이에 교육력이 단기간에 나타난다는 기대 자체가 위험한 측면이 있다.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학생과의 교감에서 그 빛이 발한다.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고 아이들이 내면화하는 단계를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피드백이 일정 부분 이루어지는 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지식 전달을 하는 수업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전달하는 기능만 익힌다면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가능하다. 실제로 학원에서 스타 강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지식의 일방적 전달이 화려하다는 뜻이다. 또 그 중에는 대학 전공 교과와 관계없는 과목을 가르치는 사람도 제법 있다. 심지어 대학생도 과외에서 스타가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에 대한 기대는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면서 생긴 측면이 있다.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교사 수업은 지식 중심의 교육 구조로 만들어진다. 이 상황에서는 학생 개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학급 중심의 지배적인 사고가 형성된다. 그러다보니 오직 교사에 의존하는 획일적인 교수 방법이 강요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문제 풀이 요령을 가르치는 족집게 선생이 된다.

언론 매체 등에서도 수업을 잘하는 교사를 언급하는데, 과연 수업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단지 교실에서 잘 떠드는 교사, 대학 입시 준비를 잘 하는 학원 강사 흉내를 내는 교사를 원한다면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수업은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것이라는 대명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업은 교사보다 학생의 결과물이 산출되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교사는 촉진자, 보조자의 위치로 내려와야 한다.

아울러 최근 교실은 열악하다 못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떠드는 학생이 많다. 교사의 수업에 경청하지 않는다. 학생은 수업 시간에 아예 잠을 잔다. 일부 학생은 지도도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모두 교사를 탓하지만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도 곤란하다. 사실 교실 붕괴의 원인은 사회적 현상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교원 사기와 의욕을 저하시키는 정책은 자연스럽게 교권을 추락시켰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치달으면서 공교육의 붕괴를 교사에게 돌리면서 교실의 황폐화는 가중되었다.

이 상황에서 신규 교사는 아무리 가르치는 실력이 뛰어나도 유명무실이다. 자는 학생, 떠드는 학생은 지도도 못한다. 대드는 학생에게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신규 교사뿐만이 아니라 경력이 제법 있는 교사들도 성별에 따라서는 신규 못지않은 굴욕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초점이 자명해진다. 공교육 강화는 교사의 수업보다 교실 환경이 먼저다. 학생 수 감축이 없는 교실에서 수업은 효과가 미미하다. 학생 수 감축이 없으면 수업의 질은 변화가 없다. 공교육 정상화의 방향은 학교 환경 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실에서 교사의 영(令)이 설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교단의 일부 문제점을 가지고 교사 전체를 깎아내리는 여론은 도움이 안 된다. 교사에 대한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대우를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신규 교사 임용은 현재의 제도로 충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교사의 대우를 통해 우수 인재 유인책을 써야 한다. 교사의 대우는 교사를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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