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난리다. 교직생활 20여년만에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마스크를 쓴 것만으로도 부족해 교실마다 소독액을 뿌리고 곳곳에 손세정제를 비치했다. 아침에 등교하면 담임교사들은 교실문 앞에 지켜서서 학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체크한다. 행여나 열이 있는 아이는 병원으로 보내고, 열이 없더라도 기침을 하거나 피로감을 호소하면 조퇴를 시켜준다.
인근 학교에서 휴교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감염을 막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으며 단체활동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무척 힘들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보니 질의응답이 자연스러울리 없다. 그러니 교사와 학생 간의 생동감 넘치는 수업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신종플루가 몰고온 교실 풍경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어제도 옆 자리에 앉은 선생님의 반에서는 8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하여 병원으로 보냈다고 한다.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타미플루 처방을 받고 등교하지 못한 채 집에서 머무는 학급도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단 한명의 의심환자도 없었던 상황에 비춰보면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는 가히 총알탄 사나이 무사인 볼트의 스피드를 무색케할 정도다.
보건당국도 신종플루 대응단계를 최고등급인 ‘심각’단계로 격상시키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휴교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수학능력시험이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공부에만 전념해온 고3 학생들의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어 신종플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단 한번으로 수험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중대한 시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는 준비에 들어갔고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시험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시험 당일에 의사와 간호사가 대기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지만 이는 수험생의 입장을 배려한다기보다는 시험 관리의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이 수 년 동안 준비해온 시험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등교 중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1, 2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종플루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어 고3 학생들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무리 접근을 막는다하더라도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급식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까지는 통제할 수 없다.
교육 당국은 날짜에 맞춰 시험만 치루면 그만이다라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수험생들은 단 한번의 시험을 위해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하여 준비해 왔고 그래서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살펴준 학부모의 마음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제 고3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마지막 정리 학습이 아니라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신종플루에 대비하여 11일부터 학생들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수능시험은 다음날인 12일이다. 시험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상태에서 치러야 그 결과에 대하여 모두가 납득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처럼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는 시험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감염 요인을 최대한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고 1, 2학년 학생들의 휴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그나마 국가 대사인 수능시험을 원만하게 치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