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교육개혁의 핵심사안중의 하나인 대학교육개혁은 현재 바람직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특히 대학개혁의 핵심이랄 수 있는 수월성과 자율성, 그리고 경쟁력 제고는 달성되고 있는가. 문민정부의 대통령 정책자문기구였던 敎改委의 부위원장으로 대학개혁안 마련에 참여했던 서강대 金潤泰 교수가 최근 펴낸 '한·미대학교육체제 비교연구'란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일말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경쟁력은 대학에서 나온다'고 할만큼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대학과 우리 나라 대학의 '차이'를 이 논문은 항목별로 분석, 제시하고 있다.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하바드대 로소브스키 문리과대학장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의 3분의 2, 혹은 4분의 3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대학의 수준은 세계 최정상이란 말에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반해 한국대학중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의 경우 미국은 1만5천5백10불이며 일본 8천8백10불, OECD평균 7천7백10불임에 비해 한국은 4천5백60불에 불과하다. 비단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대학의 수월성은 대학간 경쟁력에서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미국 대학교육 체계의 특징이며 강점이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들이 가장 우수한 교수, 뛰어난 학생, 연구비,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우수교수 확보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실력위주의 평가가 이뤄진다. 우리 나라 대학의 고질적 문제의 하나인 모교출신 교수에 대한 우선권 부여 같은 폐해는 상상하기 힘들다. 종래 미국대학 교수의 정년은 65세였다. 그러나 82년 연방법에 의해 70세로 연장되었고 다시 86년 통과된 연방법에 따라 93년말부터 아예 강제 정년퇴직 조항이 사라졌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이 승진 아니면 탈락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비종신재직인 젊은 교수들은 7∼10년 사이 승진하지 못하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야 한다. 계약제교수 역시 재계약된다는 보장이 없어 임시직 성격이 강하다. 미국대학은 보통 1, 2학년에 교양교육을 받게 한 후 전공을 결정토록 한다. 60∼70년대 신좌파와 관련된 신문화운동으로 교양교육이 소멸된 적이 있으나 80년대 하버드대학을 중심으로 교양교육이 다시 강화되었다. 과학, 철학, 예술 등 교양교육을 기초로한 뒤 전공을 선택해 집중적인 전공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미국대학의 학부교육이다. 미국대학의 수월성은 교수1인당 학생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은 교수1인당 15명 학생비가 유지되나 한국은 26명 수준이다. 미국대학은 초창기부터 연방정부나 주정부로부터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으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대학에 지원되는 예산집행에 있어서는 대학이 정부규정이나 방침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94년의 경우 정부는 대학 총예산의 39%를 지원했다. 공립대는 51%, 사립대 역시 17%를 지원했다. 이런 면은 한국과로 유사하나 재정지원 이외의 분야, 즉 학생정원, 교육과정, 학위기준, 교수 및 직원인사, 학문 자유, 대학기금 조성, 재정운영 등에서는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다. 미국대학의 질에 대한 공신력 담보의 제도적 장치로 대학평가 인정제가 잘 운영되고 있다. 주립대학의 경우 주지사가 대학이사를 직접 임명하거나 선임과정에 관여하는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현재 미국대학의 자율성 논의의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대학의 경우 사립대는 말할 것 없고 주립대는 운영의 주체가 이사회이다. 대학 이사회는 총장을 임명하고 교직원 인사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며 대학 재정상태를 보장하고 기타 정책 및 관리기능을 수행한다. 한국대학의 경우 94년 기준으로 국립대학은 정부가 66.6%를 부담한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 부담이 2.3%에 불과하고 학생 납입금이 68.6%나 된다. 이와 같이 사립대의 정부재정은 미미하나 간섭만 한다는 불만이 높다. 94년 기준 미국대학의 재정은 학생납입금 27%, 정부보조금 39%, 부수적 판매·용역수입 23% 등으로 구성돼있다. 공립대의 경우 납입금 비중이 18%에 불과하다. 사립대는 납입금이 전체 수입의 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나 정부보조도 17%나 된다. 또 전임교수중 종신재직권이 있는 교수는 사립대 57%, 공립대 65% 수준이다. 95년 기준 정교수중 96%, 부교수중 82%, 조교수중 17%, 강사중 8%가 종신직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은 대학이 다양한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은 고등교육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대학은 정부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은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하는 교육을 통해 교육의 외적 생산성을 높인다. 미국대학과 한국대학을 비교할 때, 한국의 대학개혁은 대학주도로 적극 추진돼야 한다. 둘째, 대학경쟁력을 제고하는 제도적 장치가 확립돼야 한다. 셋째,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가 촉진되도록 창의적 노력과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넷째, 대학의 학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학생중심 교육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재정을 확충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