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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너희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단다!

그래, 지난 한 주 많이 힘들었을 게다. 그 동안 공부보다는 딴 곳에 관심이 있었다면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게다. 사실 그 동안 지나온 과정은 누구보다도 너희들 자신이 잘 알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고민한 적은 없었고 어쩌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관했던 부분도 있었을 게다. 그러다보니 그 순간만을 모면하기에 급급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을 살펴보면 후회막급할 수도 있다. 또한 말로만 듣던 고3이 언제 내 앞에 현실로 나타나겠느냐며 마치 남의 일처럼 태연자약하게 여겼던 모습도 있었을 게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엄연히 고3이라는 현실은 너희들 앞에 다가와 있다. 이제 살펴보니 내가 이뤄놓은 것은 없고 떳떳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모습만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짜증부터 내고, 수업에 열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차라리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며, 야자 시간은 적당히 때우고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도망칠까 궁리하기에 바빴고, 선배들은 대학에 잘 간다는데 우리들도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위로에 만족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은 엄습하고 내가 꿈꿨던 세계는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달아나 있고,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솔식히 고백하마. 더 이상 숨길 것도 숨겨야할 내용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학교에서 포기했다’고 자탄하던 너희들이었기에 진실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너희들 내신관리 솔직히 엉망이다. 그리고 1, 2학년 때 모의고사 성적은 이게 과연 서령고 학생들인가할 정도로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그래 너희들 지금까지 모의고사만 놓고 보면 인근 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그래 너희 선배들은 충남에서 손가락안에 들어가던 성적이었는데 너희들은 서산이라는 지역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 그 원인이 무엇이겠니. 너희들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적어도 꿈이 있었다면 자신을 던져 불같이 공부한 적 있었니. 내가 지난 주, 화요일에 이런 말 했지. 그래 고3에 진급하는 녀석들이 주간 자율학습을 하는 것을 보니 어떤 반은 세 명이 하더라고. 이러고도 너희들이 무시했던 인근의 고등학생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겠니.

내가 너희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묻어두자고. 그러면서 또 뼈아픈 치부를 드러내서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 앞에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상담을 하다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 학생도 있었단다. “선생님,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는 것이 느껴져요. 1분 1초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에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요!” 그렇단다. 이제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고 보니 정말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이지. 그동안은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 막상 거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보니 초라해진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선생님이 한 가지 약속하마. 그것은 바로 너희들이 엉망으로 생활했고, 또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실했어도 지금 이 순간 너희들이 강철같은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도전한다면 분명히 그 꿈을 이룰 기회는 아직 남아있단다. 지난 주, 너희들이 보여줬던 그 모습이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단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너희들의 그 놀라운 집중력과 승부욕을 보면서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모른단다. 그래 바로 이렇게 하면 되는 거란다. 내신은 어쩔 수 없지만 수능은 실제 시험에서 잘 보면 될 따름이란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해도 결코 늦지 않는다.

얘들아, 이제 시작이다. 철광석은 1000℃가 넘는 뜨거운 용광로에서 달궈져야 강한 쇠로 태어나는 거란다. 용광로에 들어가지 못한 철광석은 쓸모없는 돌덩이에 불과할 따름이란다. 지난 주 너희들이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틀림없이 선배들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 가능성을 너희들이 바로 지난 주에 보여줬단다. 토요일 야간, 일요일 주․야간에도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단다. 특히 일요일 오전에 한 학생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생님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단다.

너희들에게 약속했지. 입시, 수능, 논술 등 너희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를 넘버 1 선생님들을 모셔서 특강을 열겠다고. 이분들을 모시는 것은 너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또 빠른 시일내에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는 보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너희들을 사랑하고 또 열정을 갖고 이끌어 가겠다던 다짐을 지금 이 순간도 결코 잊지 않고 있단다. 그런 다짐에 금이 가지 않도록 너희들이 담임 선생님들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

한 가지만 더 얘기하겠다. 내년부터는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어 재수생들이 수능 참여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올해가 재수나 삼수의 마지막 해로보고 이미 대학에 진학해 있는 학생들까지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작년 수능에 참여한 인원은 대략 63만명 정도였으나 올해는 67만명으로 대략 4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선지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입시는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니 외부 여건도 너희들에게는 결코 유리한 것이 아니다. 올해 대학입시에 실패하면 내년에 재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부해야 할 지는 너희들이 더 잘 알것이다.

자, 이번 주도 지금 이순간 이렇게 시작됐단다. 그래 열심히 하면 가로막혔던 길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말이 진리처럼 들리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맞이하는 세상은 달라진다는 자연의 이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란다. 얘들아, 이제 남은 시간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투혼을 발휘하자꾸나. 그래서 너희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을 가슴에 한 아름 품어보기 바란다. 선생님들도 피곤하지만 너희들이 있어 보람을 느끼고 그래서 행복하단다. 너희들은 선생님들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란다!

2010년 2월 22일 담임 교사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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