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광교산을 찾았다. 구운동에서 13번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이번에는 산행 코스를 달리 하였다. 경동원을 지나 하광교 소류지에서 비로봉(490m·일명 종루봉)의 비탈을 오르는 길이다. 광교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찾아 보려고 일부러 바꾸는 것이다.
오전이라 그런지 그늘진 길에는 서릿발이 보인다. 출발지가 버스 종점이 아니어서 산행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산새 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산길을 오르니 산행 기분이 난다.
이제 능선 가까이 올랐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보인다. 당연히 위로 자라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소나무는 그렇지 못하다. 누군가가 이 소나무를 위해 받침대를 해 놓았다. 하나는 각목으로 받쳐 놓았고 다른 하나는 Y자형 받침을 대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 수원사람들의 마음이지! 아니,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애처로워 이렇게 하겠지. 이것을 보고 소나무에 걸터 앉는 사람은 없겠지?"
비로봉 정상 정자에서 땀을 식히면서 귤 하나를 먹으니 꿀맛이다. 곤줄박이 한 쌍이 보이기에 빵부스러기를 손바닥 위에 놓아보았다. 사람을 두려워 하는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청계산의 곤줄박이, 박새와는 습성이 다르다.
이제 하산이다. 김준용 장군 전승지를 거쳐 내려오니 딱다구리가 나무를 찍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 구멍을 파서 그 속에 있는 벌레를 잡아 먹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 있는 생강나무는 벌써 꽃을 피웠다.
하광교 소류지에는 버들강아지가 무리지어 있다. 버들강아지꽃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았다. 저수지 물을 배경으로 하니 제법 봄 사진 분위기가 난다.
12시 경, 보리 비빔밥을 먹고 집으로 향한다. 버스를 탔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피곤하다.
그러나 오늘 산행, 광교산을 찾아 소나무 받침대를 세워주는 수원 시민들의 아름다운 마음, 진정으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어떠한 것인지 알게 해주는 소중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