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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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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대학 새내기는 괴로워

대학 캠퍼스에 봄이 왔다. 봄은 무엇보다도 대학과 잘 어울린다. 봄은 젊음, 낭만, 출발, 생동감, 약진 등이 떠오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젊음이 있고, 낭만이 있다. 특히 이때쯤 대학의 모습은 새내기의 입학으로 더욱 활기차고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대학의 새내기는 마음이 편치 않다. 다시 잡부금을 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학회비라고 해서 제법 큰돈을 내야 한다. 사실 신입생은 거액의 입학금이 포함된 등록금을 내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비, 학생회비, 자율회비, 신방비 등 등록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돈을 낸 상태이다. 잡부금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대학 등록금 고지서에 함께 따라와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냈다.
 
학회비는 선후배가 모여서 건전한 대학 문화 건설을 하기 위한 필요 경비다. 학회비는 자율적인 행사 비용으로 학생이 스스로 감당하는 것은 타당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학회비가 학술회비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엉뚱한 곳으로 지출된다는 것이다. 술값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명목은 학과 행사지만 모여서 술을 먹는 일이 주된 것이다. 재학생과 신입생 사이에 술을 매개로 유대를 돈독히 한다고 하지만 위압적인 술 권하기와 과음으로 남성성을 자랑하는 비뚤어진 행태를 자랑한다. 여학생조차도 양성평등이라는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며 술에 빠진다. 그러다가 새내기 환영 술자리는 예절 교육을 핑계로 폭력과 얼차려로 얼룩지기도 한다.



대학에서 실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흔히 줄여서 ‘오티’라고 한다)도 재고해야 할 문제다. 대학의 오티 행사는 본래의 목적이 대학 생활 안내다. 그렇다면 학교 강당 등에서 하면 더 효율적이다. 그런데도 일부 대학은 콘도 등의 숙박 시설을 빌려서 하고 있다. 숙박 시설을 이용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 안내와 관계없는 공연으로 이어진다. 유명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장기 자랑까지 한다. 저녁에는 방마다 위험 수위를 넘는 술자리가 끝날 줄 모른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신입생 오티에서 과다한 음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등록금도 허리가 휘는데 유명 가수나 불러오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새내기는 지금까지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 새내기는 입시 중압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많은데 대학은 술부터 권하고 있다. 그것을 술로 풀어서는 안 된다. 후배를 생각하는 선배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환영을 할 수 있다. 새내기는 입시 준비에 빠져 문화 체험이 적다. 그렇다면 미술관이니 기타 문화 행사에 함께하거나 등산 등을 통해서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은 선배뿐이다.

대학 교수도 새내기 문화 만들기에 앞장 서야 한다. 대학의 교수는 대학생이 성인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그들의 학교생활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학생이 잘못된 길을 갈 때는 선생님으로서 지도를 해야 한다. 대학생에게 학문을 가르치기 전에 예절을 가르치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가르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도 없이 술을 먹는 제자를 성인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올바른 학자의 길이 아니다. 게다가 술을 먹어야 어른이 된다는 것이나 혹은 술을 많이 먹는 것이 남자다운 것이라는 억지 논리로 삐뚤어진 권주를 하는 교수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교수는 대학 신입생이 학문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안내를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 당국도 새로 입학한 대학 식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입학 전에는 성적 우수자를 뽑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는 막상 입학 후에는 방치하는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신입생 오티는 대학 학생회의 일이라고 발을 빼는 것은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그리고 신입생 등록금 고지서에 자율 경비 고지서를 함께 발부하는 일은 저의가 의심된다. 심지어 신입생에게 동문회비도 함께 걷는 대학도 있는데 이는 세속적이고 구차하다. 대학이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정의롭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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