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웃터골에 자리한 명문 제물포고등학교(교장·정상갑)에서 펼치고 있는 무감독 고사 실천 교육정신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제물포고는 5일 춘추관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무감독 고사 선서식을 가졌다.
올해로 54회를 맞는 선서식은 경쟁을 중시하는 교육풍조 속에서도 꿋꿋이 그 전통을 지켜와 최근 뉴스에도 보도가 됐다.
제물포고의 무감독 고사는 초대 길영희 교장의 오랜 교육적 숙원으로 1954년 개교하여 교장 취임 2년 후인 1956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시행됐다. 참된 교육자로 손꼽히는 길 교장은 제도 시행 이후 낙제생들을 모아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제군들이야말로 믿음직한 대한의 학도”라고 칭찬하고, “다음에 좀 더 열심히 노력하여 진급하도록 하여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전통이 지금은 학교의 상징이 되어 ‘양심하면 제고, 제고하면 양심’을 떠오르게 한다.
제고의 무감독 고사는 ▲인성교육 ▲고사시행 ▲사후처리의 세 단계로 진행이 된다.
정기고사 전에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무감독 고사 선서식과 졸업 후 각계각층에 진출한 선배들의 영상메시지를 통해 양심교육을 하는 것이 그 첫 단계이다. 다음으로 고사기간 중 매시간 무감독고사 선서를 시작으로 시험을 치루고, 학부모 참관과 신임교사 연수도 실시한다. 끝으로 무감독 고사에 대한 반성문 쓰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혹여 부정행위나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확인을 통해 무감독고사 규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황원태(고3) 학생은 "54년이나 이어진 무감독고사의 전통이 이제 제고인의 자랑이 되고 있다"며 "선생님들과 학교가 우리를 믿어준다는 생각에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갑 교장은 최근 제고의 무감독고사가 재차 거론 되는 것에 대해, "그만큼 우리 교육 현장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며 "세상을 밝히는 진리의 등불은 양심의 뿌리로부터 피어나는 것"이라고 선서식의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