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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수업 혁신은 교육 선진화의 첫걸음

교사의 제일가는 책무는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그것은 공부를 잘 가르치는 일일 것이다.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의 판단은 가르침을 받는 학생의 판단이 중요한데, 여기서 잘 가르친다는 의미의 핵심은 열심히 가르친다(태도면), 가르칠 것을 가르친다(내용면), 수준을 고려하여 알맞게 가르친다(방법면)는 뜻에 다름 아니다.

아이들은 안다. 아무리 머리가 둔해 공부를 못하는 아이도 어떤 선생님이 공부를 잘 가르치고 어떤 선생님 못가르치는지 그것만은 선험적으로 간파한다.  열심히 가르쳐 주는 분이 누구이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나이 어린 것들이 무엇을 알아!'라고 생각하면 오산도 그런 오산이 없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끓어 넘치고 그들이 하나라도 더 앎에 눈뜨도록 애를 태우는 선생님의 모습은 이심전심으로 아이들의 마음 속에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교사가 가장 고마워해햐 할 대상도 아이들이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도 아이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작금의 교실 풍경 가운데서 수업 시간 내내 잠만 자고 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실망한 나머지 깨우는 일마저 귀찮게 생각해서, 들을 테면 듣고 말 테면 말라는 식의 방치형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아이들에게 1시간의 공부를 가르치기 위하여 교재연구를 최소한 서너 시간씩 하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과연 그런 상황이 빚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업이 재미있다면, 수업이 흥미를 끈다면 아이들은 절대 자지 않는다.

수업에서 동기유발은 전문직으로서의 교사가 지녀야 할 핵심 기술이고 전략 아니던가. 수업 시작 전에 충분한 동기유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찌 학생들이 눈을 집중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수업시간에 혹시 조는 아이들을 마주치게 되면 "나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가르치는데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엎드려 잠을 잔다는 것은 바로 이 선생님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녕 내 수업이 재미없어 잠이 온다면 조용히 교실을 나가주는 것이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아이들에게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보고 싶다.

하다하다 할 것 없으면 선생 노릇 한다고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날 선생님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대학을 나와 전공과목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렵사리 임용고사를 합격하여 교단에 선 선생님들. 어쩌면 그들의 지적능력은 다른 어떤 직종의 사람들보다 우수하다 할 수 있다. 교육이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우리 교육의 질이 세계 최고수준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최근에 교단에 입문한 교사들의 뛰어난 지적능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신규교사들의 이런 능력이 교단에서 계속 계발되거나 유지되지 못하고 퇴보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교사들의 문화가 뿌리 깊은 개인주의적 편향성-전문직으로서 동료교사와 공유하는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개인적으로 효과적이라 판단하는 방법에 의존하다 보니 자신만의 좁은 경험의 세계에 갇혀 더 나은 수업기술이나 방법의 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대다수 학교의 교실수업 형태와 장학문화가 폐쇄적 성향(학교별로 일 년에 한두 차례 있는 공개수업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갈 수 없다)이 있다 보니 일상의 수업을 누구에게서도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아니 그것을 교사의 자존심과 연결 지어 기회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않는 풍토가 너무도 강고한 것이다.

다행히 금년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시행되어 동료평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평가를 통한 수업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는 있지만, 그것 또한 교단문화의 근본적 풍토 개선 없인 형식에 그칠 우려가 많다는 점에서 과감한 교실 개방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밖에서 교실 안의 수업을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서 자기 발전을 위해 자신의 일상적 수업을 기꺼이 공개함으로써 학교장이나 가까운 동료로부터 수시로 피드백을 받고, 수업기술 향상을 위해 함께 협동하고 연구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학교경영의 중점을 수업혁신에 두고 선생님들을 설득해 나가는 학교장의 리더십과 그에 뜻을 함께 하는 선생님들의 자발적 실천의지가 결합된다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서 미래지향적 수월성 교육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의 변화는 그 출발점이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이어야 한다. 교실수업의 혁신 없는 교육의 선진화는 연목구어와 같은 것이며 수업의 주체인 선생님들이 각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끊임없는 자기연찬을 통해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의 달인이 되겠다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우리 교육은 분명 한 차원 더 높은 비약과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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