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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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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초등학교로 가세요.”

“선생님, 2학기 때는 다른 학교로 가세요?”
“응, 왜 물어?”
“안 가시면 좋은데…….”
“…….”
“그럼 어디로 가세요?”
“…….”
“선생님, 가시려거든 ○○초등학교로 가세요.”
“왜?"
“저 그 학교로 전학 갈 거예요.”
“그러니?”

3월부터 현재까지 담임교사의 육아휴직 때문에 기간제교사가 학급담임인 학급에서 그 선생님과 한 학생의 대화다. 이제 곧 방학이 시작되고 방학이 끝나면 함께 할 시간이 이틀뿐이어서 헤어질 준비를 학생들도 하고 있는 듯 하다. 9월부터는 새로운 선생님을 맞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가신다면 ○○초등학교로 가시란다. 거기 가서 계시면 곧 자기도 그 학교로 전학을 갈 테니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간 많이 정들었고, 선생님이 정말 좋았고,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이 짧은 대화 속에 담겨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 이제 겨우 코흘리개 신세를 면한 개구쟁이다.

자기가 전학 갈 학교로 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한 어린 마음,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들어서 선생님 가시는 것이 못내 서운한 어린 마음,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예뻐해 주신 선생님에 대한 간절한 소망, 이런 마음을 심어준 교사야말로 참 스승이 아닐까!

주의산만하기로 유명하고, 쓸데없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웃기게도 하고,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 학생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맨 날 혼날 줄만 알았는데, 칭찬을 받는다는 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부드러운 음성으로 칭찬하고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예뻐해 주신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고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라 생각하니 대견스러웠다.

50대의 남자선생님! 35년을 교직에 계시다가 뜻한 바 있어 명예퇴직하신 선생님, 교직을 떠난 뒤 교직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고 하셨다. 재직 중에 열과 성을 다하지 못한 점이 정말 안타까움으로 남는다고 하셨다. 다시 학생들과 만난다면 최선을 다해서 교사로써의 역할을 다해보고 싶다고도 하셨다. 교직을 떠난 뒤 생각해 보니 교단에 있을 때 얼마나 소홀했는지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직장이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필자가 알기로 그 선생님은 무척이나 성실하고 교사로써의 역할을 훌륭히 하신 분이었는데도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시는 듯 했다.

우리 학교는 그 선생님을 우리 학교의 6개월 기간제 선생님으로 모셨다. 3학년을 담당하셨고 정말 열심히 가르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름방학 종업식을 며칠 앞두고 이제 곧 가시게 될 그 선생님에게 고마움 표시로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다는 그 반 학부모님들의 성화가 대단하다. 단기간인데 뭘 얼마나 잘했다고 학부모님들에게 대접을 받겠느냐고 한사코 사양하신다며 교장선생님께서 말씀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이제 며칠 있으면 가버릴 선생님인데 그 선생님께 얼마나 큰 고마운 마음을 갖기에 반 전체 학부모님들께서 그런 자리를 만들려고 하실까. 그것도 단기간의 임시 담임선생님, 그냥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꼭 식사대접을 하겠단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니 교사의 보람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뭉클하고 그런 대접은 받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나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과 교직원들에 대해서 학부모님들은 비교적 세세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담임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수업을 하시는지, 우리 애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자녀들과 대화를 통해서, 일기장이나 노트를 통해서 선생님의 직무능력이나 인격에 대해서도 짐작하시는 것 같다. 나아가서 학교의 전반적인 교육활동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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