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일월저수지. 우리 아파트를 비롯해 인근 10여개 아파트 주민에게는 일월공원은 행복공간이다. 호수를 보면 우선 가슴이 확 트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다가 물고기의 유영 모습, 왜가리나 백로가 순식간에 물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을 볼라치면 입을 다물 수 없다.
또한 운동하는 사람들은 한 바퀴 또는 1900m 코스를 몇 바퀴씩 돌면서 체력을 다진다. 도심 가까이에 있는 일월저수지 전경이 하도 좋아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 일요일이면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을 즐긴다. 입소문이 났는지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아파트 인근 저수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경고판, 알림판, 관리주체 안내판, 구명환 등이 보인다. 그 다음에 사람들 눈길을 끄는 것은 저수지에 가두리로 키우고 있는 부레옥잠 군락. 여기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저게 뭐지? 왜 저 식물을 키우고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답변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부레옥잠 위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공사의 홍보문만 있을 뿐이다. '농어촌에 희망주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일등공기업 한국농어촌공사'. 해당 공사 홍보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홍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유감이다. 뭔가 부족하다.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보다는 왠지 겸손함이 부족한 듯 싶다.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관계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저수지를 찾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한국농어촌공사'라는 명칭은 작은 글씨로 오른쪽 하단에 위치하게 하고 흰색의 간판에 부레옥잠이라는 식물 명칭과 왜 이 식물을 키우고 있는지, 이 식물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면 어떨까?
필자는 부레옥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수질 정화의 기능을 한다는 기본 상식 이외에는. 부레옥잠은 호수의 부영양화를 막고 도시 하수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폐수를 정화한다니 살아 있는 수질 정화장치다. 그래서 이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어린 물고기나 민물새우의 서식지 역할을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부레옥잠 근처에 백로나 왜가리가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부레옥잠 근처의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재거리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선거 때마다 이 소통을 잘한 정당은 승리의 영광을 안았다. 소통은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국민을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공직자의 자세다.
흔히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을 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내 욕심을 먼저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수원시민들이 자주 찾는 행복공간인 일월저수지. 저수지 관리를 잘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를 생각하면서 30년 이상 교직에 몸 담은 공직자로서 '국민과의 소통' 과 '입장 바꿔놓기'를 잠시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