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연수 강의를 며칠 앞두고 강사로서 수강생에게 좀 더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이발을 하러 아파트 상가에 있는 미장원에 갔다. 단골로 가는 곳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몇 사람 대기 중이다.
옆 고등학생 다음이 내 차례라 되어 자리에 앉으니 기다리던 손님 중 아주머니 한 분이 재채기를 한다. 그 이후 그 분의 일련의 행동이 시작됐다. 빗자루를 들더니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깨끗이 비질을 한다. 그뿐 아니다. 거울 아래 지저분하게 놓인 염색약을 모아 일정한 장소에 갖다 놓는다.
빨래 건조대에 가서는 마른 타월을 걷어다 갠다. 탁자 위에 놓인 신문과 잡지는 잡지대에 갖다 놓는다. 순식간에 미장원이 정리 정돈이 되었다. 보기에도 좋고 기분도 좋아진다. 저 분은 누구일까?
미장원 주인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 아줌마 누구냐?" 마치 미장원 주인 친척이거나 절친한 친지 아닐까? 미장원 주인은 "손님!"이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니까 그 분은 기다리는 시간에 주위 지저분한 것 정돈도 하고 미장원 일도 돕는 것이다.
옆자리에 할머니 한 분이 앉으니 이발까운을 둘러씌우고 주인이 곧바로 이발에 들어가게끔 준비해 놓는다. 주인의 표정을 살피니 미소를 띄운다.
이런 손님, 처음 보았다. 대개 손님은 손님에 머물고 만다. 남의 물건을 주인처럼 다루기도 어렵고 그것이 주인이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행동에 조심을 한다. 혹시나 잘못될 경우, 쓸데없이 옥신각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분은 다르다. 자기 집안 일 처럼 쓱쓱 처리하는 것이다.
그 아줌마에게 물었다. "미장원에 오면 늘 이렇게 하세요?" 낯선 질문에 "그럼 하지 말까요?"라고 답한다. 신분을 밝히고 취재 요청을 하자 점잖게 사양한다. 여기산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데 모 방송국 여기산 백로 취재로 이미 유명해졌다고 말한다.
정리정돈, 어디서나 필요하다. 특히 미장원에서 머리카락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날려 호흡기에 들어가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러나 주인은 이발하기에 바쁘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손님은 손님대로 빨리 용무를 마치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한다. 지저분한 환경은 좋지 않지만 개선하려는 생각은 않고 빨리 그 자리를 떠나려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능동성과 적극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아줌마 같은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손님들이 다 나가고 미장원이 조용하다. 그 아줌마를 생각해 본다. 정리정돈이 습관화된 분이고 지저분한 것은 그대로 못보는 성격이고. 주인을 도우면서 기다리던 자기 차례도 빨라지게 하고.
'상부상조' '자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능동적인 태도와 자발적인 행동은 교육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혹시 그 아줌마 '모범 교사'는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