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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청소년 욕설 문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며칠 전, 저녁 무렵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산책을 나간 일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지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욕으로 범벅이 되어 듣는 이에게 불쾌감마저 느끼게 했다. 주변에 몇 몇 어른들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말을 쏟아냈다.

초등학생이 이 지경인데 중·고등학생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요즘 청소년들은 욕이 없으면 아예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욕을 달고 산다. 말하자면 욕이 일상어가 된 것이다. 욕을 하는 아이든 욕을 듣는 아이든 낯빛하나 변하지 않는다. 기분이 좋으면 좋아서 욕을 하고 나쁘면 나빠서 욕을 한다. 아이들은 친할수록 욕으로 표현하고 누가 더 욕을 잘하는가에 따라 대인관계의 수준까지도 결정된다고 한다. 욕을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정도라니 그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입이 거칠어진 것은 일단 교육의 책임이 크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내신성적을 받기 위해 친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내신이 걸린 시험이 다가오면 공부 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훔치는 일도 있다. 친구가 더 이상 동료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학교가 나서서 언어순화 교육을 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 학력이라는 절대적 가치 앞에서 어느 학교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욕설 문화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적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 비속어나 막말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바르고 고운 말을 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인터넷은 그들만의 욕설이 소통되는 공간으로 변했고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인강(인터넷 강의)의 일부 강사들은 인기를 끄는 수단으로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부도 청소년 욕설 문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달 27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청소년들의 욕설문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안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교에서부터 청소년 언어를 순화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특히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정하여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건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욕의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원예연구소의 실험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소리 이외의 모든 조건을 똑같이 적용한 양파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에는 부드러운 음악을 다른 한쪽에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을 들려줬다. 보름이 지난 후, 결과를 살펴보니 충격적이었다.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준 양파는 모두 잘 자랐지만 욕을 들려준 양파는 성장 상태가 불규칙하고 싹조차 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식물도 계속해서 욕을 들으면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운데 하물며 사함에 미치는 영향은 두 말할 나위조차 필요없다.

사실 청소년들의 욕설 문화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바로 내 자식의 얘기가 될 수 있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어른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언어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일회성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인성교육 전반을 점검하고 욕설 문화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언어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실질적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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