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면 풍성한 고향 소식과 함께 그곳에서 세월을 잊은 채 사시는 어르신들의 소식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일요일 아침 6시 10분 MBC에서 하는 ‘늘 푸른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는 전국 농촌을 돌아다니면서 고향 사람들, 고향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해준다. 뽀빠이 이상용의 정감이 넘치는 진행도 즐거움을 준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에서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고향에 대한 푸근한 정취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소박하고 구수한 고향의 풍경을 찾아 소개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역할은 물론 신구세대 간의 공감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 한다. 내용도 다양하다.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 어르신들께 꼭 필요한 정보와 함께 건강한 노년을 위한 의학 정보를 제공한다. 또 고향마을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춤과 노래는 행복한 노년을 사시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실버 취업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이 노년의 일꾼으로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백미는 역시 사람 이야기다. 고향에서 사는 사람들은 꾸밈이 없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화려한 면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지만, 따뜻한 감동과 웃음이 있다. 8월 22일 방송에서도 험난했던 인생을 지혜롭게 넘겨온 어르신들의 구수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르신들이 증언하는 굴곡 많고 다사다난했던 삶의 궤적은 마음이 아프다. 그들의 이야기는 같은 세대에게는 동질감과 추억의 반추를, 다음 세대에게는 인생의 지혜와 교훈을 준다. 이날 먼저 간 아내를 회고하는 할아버지의 가슴 찡한 사연도 보는 이에게도 눈물이 맺히게 했다.
그런데 이날 화면에 ‘MBC 이상용 화이팅’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이 현수막은 아마도 지역 사람들이 진행자 이상용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내 건 듯하다. 그리고 방송국은 그 현수막을 배경으로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이팅’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이 말을 듣던 사람은 “외래어니까 없지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래어는 국어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올바른 외래어 표기는 사전에 엄연히 등재되는데, ‘파이팅’이 그 중에 하나다. 국어 사전을 검색해 보면,
‘파이팅(fighting)’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힘내자’로 순화.
- 우리 팀, 파이팅!
‘파이팅’을 ‘화이팅’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어의 영향 때문이다. 즉 일본에서는 ‘ㅍ’과 ‘ㅎ’의 구분이 모호하다. 그들은 사진을 찍을 때 쓰는 전등을 ‘후래시’(flash)라고 읽고, 달걀을 살짝 튀기는 것을 ‘후라이’(fry)로 읽는다. 우리는 ‘플래시/프라이’라고 바르게 읽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첨부화일’이라는 표현도 ‘첨부파일’(-file)이 맞는 다. 대형 할인점이 구매금액 중 일정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사은품, 할인쿠폰 등의 혜택을 주는 ‘훼밀리 카드’(family card)도 어이없는 표기다. 욕심 같아서는 이도 또한 할인점이 ‘가족사랑 카드’등으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우리말 표기나 제대로 하길 바랄 뿐이다. ‘패밀리 카드’로 바꿔주기를 바란다.
국립국어원은 언론 기관과 함께 ‘우리말 다듬기’(
http://www.malteo.net/)를 하고 있는데 ‘파이팅’도 검토된 사례가 있다. ‘파이팅(fighting)’의 다듬은 말을 확정하기 위하여 2004년 8월 25일~8월 30일까지 언중을 상대로 ‘힘내자/힘내라’, ‘나가자’, ‘아자’, ‘아리아리’, ‘영차’ 등을 후보로 하여 투표를 벌였다. 당시 총 484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힘내자/힘내라’는 134명(27%), ‘나가자’는 48명(9%), ‘아자’는 208명(42%), ‘아리아리’는 65명(13%), ‘영차’는 29명(5%)이 지지하였다. 따라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아자’가 ‘파이팅’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다.
이 투표는 약간 경솔한 면이 있다. ‘파이팅’은 국어사전에 있는 말이다. 다듬을 필요가 없는 단어다. 우리말 다듬기에서는 ‘스마트워크(smart work)’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처럼 갑자기 사용하게 되는 외래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를 대신할 우리말을 찾는 것이 우리말 다듬기의 취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파이팅’을 굳이 다듬고 싶었다면 사전이 이미 언급되어 있는 ‘힘내자’로 순화했어야 한다. ‘아자’는 검증되지 않은 단어였고, 방송에서 사용하면서 쓰게 된 단어다. 성급한 단어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