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한 것이 지난 목요일이었다. 이제 만 이틀이 지났다. 언제 그랬었느냐는 듯이 주변이 너무나 고요하다. 그러나 목요일 아침은 더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일 만큼 긴장을 했었다. 비는 밤에만 내렸고 새벽부터는 오지 않았다. 바람은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갈 정도의 강풍이었다. 아침일찍 학교에 출근했으나 여러가지로 힘든 하루였다.
오전 7시경에 출근을 했다. 학교에 오는 도중에 가로수가 뽑히는 모습, 신호등이 쓰러지는 모습, 전신주의 변압기가 터지는 모습등 여러가지를 목격했다. 바람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니 교무실의 모든 전화가 벨이 울리고 있었다. 한통을 받았다. '태풍때문에 등교시간이 두시간 늦어진다는데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학부모의 전화였다.
다른 전화를 받았다. 똑같은 내용이었다. 또다른 전화도 같은 내용이었다. 아직 연락받은 바가 없어서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잠시만 기다리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순식간에 전화를 20여통 받았다. 그래도 전화는 계속해서 걸려오고 있었다. 담임선생님들의 전화도 있었다.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대답하기 어려웠다.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한 끝에 등교시간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모든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 사이에도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있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잠시 전화가 소강상태를 보였다. 5분여가 지난후에 다시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확인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미처 보지 못했거나, 데이터가 없어서 문자메시지가 가지 않은 경우였다.
'학교에서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 내용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맞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전화는 계속해서 걸려오고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7시 반이 지나자 교장선생님과 많은 교사들이 출근을 했다. 이제는 서로 나누어서 전화를 받기로했다. 그래도 전화는 계속해서 걸려오고 내용도 거의 같은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아침시간을 보냈다.
우리학교도 크진 않지만 태풍피해를 받았다. 현관의 강화유리문중 하나가 모두 깨진 것이다. 바람이 유리문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 복구가 되었지만 현관의 강화유리가 깨질 정도의 바람이 불었던 것이 이번의 태풍이다. 정말로 보기드문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었다.
그날 받은 걸려온 전화가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100통 이상은 될 것 같다. 전화도 많이 받으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땀이 뻘뻘났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야기하는 것과 계속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때문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학교에 일찍 출근해서 제대로 역할을 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