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이 서울 52.9대 1 경기 45.6대 1 부산 39.6 대 1, 과목에 따라서는 100 데 1이 넘는 경우도 여럿이 있다니, 직업으로서 교사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이 간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경쟁률보다 훨씬 치열한 교원임용의 좁은 문은 우리 사회의 취업난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능력이 뛰어난 우수교원의 확보를 통한 교육의 질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보고자 애쓰는 한쪽에서는 고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임용시험 준비하며, 선생님만 될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온 열정을 바쳐가며 일 하겠다 다짐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말을 들어먹지도 않고 걸핏하면 사고나 치니 정말 가르치기 힘들다.'느니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대충 가르치지 뭐.'식의 참으로 배부른(?) 소리를 내뱉는 사람도 적잖이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직업을 가지고 밥 벌어 먹는 일을 하면서 이 세상 힘들지 않는 사람 아무데도 없을 터인데 유독 교직만 더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다른 직업에 비해 '가르치는 일'이 존경받는 이유가 '아무나 하기 힘든, 사람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라면 오히려 그 힘듦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기헌신을 통해 한 아이라도 잘못되지 않게 바른 삶의 길로 인도하는데서 무한한 자긍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것은, 80년대 이후 교육민주화운동이 전개되면서 교육현장에 고착됐던 권위주의를 허물어뜨리고 여러 적폐를 타파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교육에 종사하는 일 자체를 경직된 노동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다보니 '스승으로서의 교사상'이 허물어져 교육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냉소적으로 바뀐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사람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창조하는 원천으로서의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바 아니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욕구 또한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스승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다른 한쪽의 책무성이나 도덕성의 소홀을 가져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학교의 선생님들이 세속의 상인들처럼 사욕의 저울대 위에서 더운밥 찬밥을 따지고 개인적 편익을 도모하는 일에 시간을 빼앗길수록 학생들은 마음을 닫게 되고 학부모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실추된 교권회복이나 교육 전반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나 법률적 장치 마련 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나쁜 것 하나라도 보고 배울까 두려워 아이들 앞에서 몸가짐 말투 하나 허투루 않고, 가르치는 일에서만큼은 전문가로서 부끄럼 없도록 쉼 없이 자학 연찬하는 가운데 자신이 가진 사랑 아낌없이 베푸는 노력 기울인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잃어버린 신뢰와 존경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언론보도에서 드러났듯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수업시간을 방해하기보다는 차라리 조용히 잠을 자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며 아이들을 방치해 버리는 교사들까지 늘어가고 있는 작금의 교육현실은 교실붕괴의 차원을 떠나 심각한 교육위기가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들이 어쩌면 우리 교육자들 모두의 조금은 해이된 마음가짐과 부족한 교육애 때문이라고 볼 때 교직에 들어오기 위해 저리 몸부림치는 예비교사들의 짠한 현실에 비추어 지금 교단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감사하면서, 저마다 가르치는 일에 진심으로 몸 바치고 있는지 자성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