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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사 지망생이 줄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고3 담임을 여러 해 맡아봤지만 올해 같은 현상은 없었다. 수시모집이 한창 진행 중이고 아직도 원서 접수를 하는 대학이 있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좀처럼 달라진 것이 없다. 혹시 다른 반도 그런가 살펴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쯤되면 독자들도 꽤나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신기하냐고. 딴 얘기가 아니다. 바로 교단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고3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교사가 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교대나 사대로 몰려들었다. 물론 교대나 사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상위권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이들 대학에 언감생심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물론 학과나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국력의 근본이라 할 인재 양성의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교직만큼은 시대적 상황을 불문하고 청소년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그래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틈만나면 그들의 수준이 곧 국가의 수준이라고 입이 닳도록 강조한 바 있다.

정확히 말해서 현재까지 우리 반 학생 39명 가운데 교직 관련 학과에 원서를 낸 아이는 단 한명도 없다. 물론 정시모집에서도 원서를 내겠다는 아이는 없다. 교직에 대한 매력이 이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린 이유가 뭘까? 아이들에게 묻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직 기피 현상은 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신규 교사 채용 인원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교사 채용의 관문인 임용고시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보다도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사대나 교대는 교육과정상의 특성 때문에 교직 임용이 어려울 경우 다른 직종으로의 전환이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교직에 대한 인기 추락의 또 다른 이유는 교사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학기에 학교별로 교사평가가 있었다. 물론 평가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장단점을 살펴볼 수 있고 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정작 자신들도 교직에 들어서면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점에서 선뜻 교대나 사대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적어도 교직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교육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황을 기대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실망했을 것이다. EBS교재가 교과서를 대신하고 학교 수업보다 인터넷 강의에 몰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서울교육청에서는 체벌금지조치까지 내렸다. 엄석대(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가 지배하는 교실에서 얘들 비위맞추느라 속썩이는 교사들이 늘어갈수록 교직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요즘처럼 교사가 동네북으로 전락한다면 교사도 아프겠지만 교사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은 더 아파할 것이 분명하다. 교사 지망생이 사라진 고3 교실이 말한다. '교사가 만만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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