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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3학년 학생들 기말고사 잘 보고 있나요?"

지금 대부분의 중학교는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다. 3학년의 경우, 15일 고입시험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기회도 된다. 평가를 소중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그게 아니다. 이미 고입이 확정된 학생들은 이번 시험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고입 성적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하니 그냥 엉터리로 보는 학생도 있다. 시험지 받자마자 문제를 읽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답안지에 표기한다.

어떤 학생은 5지선다 중 4번에 모조리 기둥을 세우기도 하고 지그재그로 답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 보는 것이 아니라 장난을 치는 것이다. 모 학교에 근무할 때는 모범생인 학생회장이 엉터리로 기말고사를 보아 선생님들이 경악한 적도 있었다.

교사가 그 학생에게 그렇게 한 이유를 물었다. 그 학생 왈 "학창시절 마지막 시험인데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이것도 기성세대가 이해하란 말이가? 결국엔 그 학생, 선생님들 다수의 의견에 의해 졸업 때 각종 수상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우리 학교, 오늘이 기말고사 이틀째다. 교육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학교에 온 학부모 명예감독들에게 교장은 당부한다. 엉터리로 시험보는 3학년 학생들이 나오지 않도록 학부모님들이 미리미리 살펴보고 지도해 달라고. 교사들에게는 유의사항을 교감 선생님이 이미 쪽지를 보냈다.

필자는 엉터리로 시험에 응하는 것을 이렇게 비유한다. 그것은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 최선을 다해 정성껏 그린 멋진 그림을 마지막에 먹물로 가위표 하여 작품을 망치는 것과 같다고.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줄 의무가 있다고.

특히 고입과는 관계 없다고 엉터리로 시험보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삶'이 어떤 것이지 알려주어야 한다. 학창시절의 자기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야 한다. 무성의하게, 아무런 의미 없이, 아무렇게나 세상을 살아가도록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제를 읽지도 않고 엉터리로 답하면 20점에서 30점 정도 형편 없는 점수가 나온다. 보통 때 잘했어도 이렇게 한 번 하면 3학년 교과 평어가 최하위 등급으로 나온다. 본인은 청소년기 한 때의 장난으로 했는지 몰라도 자기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학교에 수 십년간 보관이 된다.

교장은 학부모님들께 자식들에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가르쳐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그 당부의 말씀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직까지 엉터리로 시험을 보는 학생이 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교육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고 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교육자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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