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미국 의회에서 개최된 2011년 국정연설에서 한국의 교육을 언급하면서 "부모 다음으로 아이들의 성공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교사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린다"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을 그와 같은 수준의 존경심으로 대해야 할 때"라고 말을 이었다. 이에 미국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동의의 뜻을 나타내는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교사의 위상은 그만한 지위와 권위를 갖지 못하고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그래서 교사의 위상을 현재보다 좀 더 높이고 교육을 통해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오바마의 의지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해서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가 같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에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론을 거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우선 군에 해당하는 왕권의 시대가 아니다. 왕 대신 대통령이 국가 통치의 최정상에 있으므로 대통령에게 옛날 임금님을 대하듯 하라고 하면 대다수의 국민에게 시대를 못 읽는 덜떨어진 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선생님을 아버지와 같이 생각하라고 한다면 이 또한 세태를 못 읽는 놈 소리를 들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옛날 사람들이 군사부일체의 의미로 따르고 존경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 우선 대량 생산되는 학생과 교사의 많은 수 때문에 오늘날의 선생에게 옛 스승에게 대하듯 존경과 권위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우선 학생들이 하루에 만나는 교사 수가 너무나 많다. 우선 학급의 담임교사, 방과후 활동반 교사, 학원의 교사, 교담교사,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행정실 교직원에게도 선생님, 보건 선생님, 영양교사 등 학생들은 하루 종일 그야말로 교사들 속에 파묻혀 산다. 또 오늘날 직업으로서의 선생으로 전락한 교사들이 한 사람의 참 스승으로, 사회의 큰 어른으로 존경을 받을 만큼의 인품과 품격을 갖추기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왜 번번이 한국의 교육을 거론하며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을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와 같은 수준의 존경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할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의 토대가 교육에 있고, 그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교사가 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교단의 현실은 교원개발능력 평가, 성과급제, 학교평가 등등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사도 평가의 대상이 된 시대다. 교사의 교권은 바닥을 치고 교사는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교과부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교육은 교실에서 교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교사가 스스로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연구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용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이 교육개혁을 위해서 또는 좋은 정책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의 주체인 교권을 시장원리의 평가 잣대로 하락시키면서 혁신과 변화의 물결을 따라 가라고 다그친다면 어느 교사가 그 채찍질을 맞으며 스스로 마음에서 우려 난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교단을 지킬 것인가? 그저 교사라는 직업으로 전락할 뿐이다. 그리고 호구지책으로 교단에 서는 교사들에게 뭘 바라겠는가? 오늘날 교단의 현실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더 잘 해보자고 한일이 좋지 않은 결과로 되돌아오기 전에 교사의 교권과 교단을 살리는 일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