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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탕비실’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


빌딩에 들어가 화장실을 찾다가 ‘탕비실’이라는 안내판을 보았다. 이번 뿐이 아니라 몇 차례 본 적이 있어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 뜻을 물으면 확실하게 답을 못한다. 사전에 없는 말이니 알 턱이 없다. 그런데도 이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 주차장, 노래방이나 식당 등 회사가 감당하는 공간도 안 만들어도 되며 서류 보관창고, 회의실, 탕비실 등도 필요 없어진다(아시아경제, 2011년 2월 25일).
○ 승아와 전태수가 학원 탕비실에서 도시락을 먹는단 소리에 탕비실로 들어가 도시락에 물을 부었다(리뷰스타, 2011년 2월 8일).
○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훼손된 지붕과 변형된 창호를 최대한 원형대로 보수하고, 내·외부 도색 및 증축된 탕비실 철거 등 리모델링해 건물 훼손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데일리안, 2011년 2월 8일).

‘탕비실’이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개념을 설정해 볼 수 있다. ‘탕비(湯沸)’는 탕 자와 비 자가 모두 ‘물을 끓이다’는 뜻으로, 보통 사무실 용도의 빌딩 안에 물을 끓이거나 식기를 세척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이는 건물 내에서 화장실 앞에 있거나 구석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국어사전에도 없는 한자어를 쓰는 경우는 보통 일본어의 잔재가 많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는 특별히 큰 건물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어 사전에도 ‘탕비실’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렇다면 ‘탕비실’이 일본어에서 왔다는 주장도 궁색하다. 물론 일본어에 유와카시(湯沸し)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물을 끓이는 도구, 주전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탕비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여기에서 온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아무튼 ‘탕비실’은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다.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탕비실’은 빌딩 안에 물을 끓이거나 식기를 세척하는 공간이다. 일본에서는 ‘탕비실(湯沸室)’보다는 ‘급탕실(給湯室-큐우토우시쯔)’라는 표현은 많이 쓴다고 한다. 그러나 ‘급탕(給湯)’은 ‘뜨거운 물을 공급함’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일본이 이렇게 쓴다고 우리가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 우리는 ‘탕비실(湯沸室)’의 기능을 살려, ‘주방’, ‘설거지방’, ‘작은 부엌’ 등으로 부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다음 한자어도 사전에서 순화해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공임(工賃) : ‘품삯’으로 순화.
담수어(淡水魚) : ‘민물고기’로 순화.
시건장치(施鍵裝置) : ‘잠금장치’로 순화.
시말서(始末書) : ‘경위서’로 순화.
순치(馴致) : ‘길들이기’로 순화.
야식(夜食) : ‘밤참’으로 순화.
오지(奧地) : ‘두메’로 순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시하고 표현은 모두 고유어다. 이렇게 사용하면 뜻이 구체적이고 어감도 정겹다. 어려운 한자어 표현으로 하기보다는 순화어로 사용해 부드러운 마음까지 전하길 바란다. 시작한 김에 다음 단어도 생각해보자.

가검물(可檢物) : 검사 대상물
가두(街頭) : 길거리
기부 채납(寄附 採納) : 기부 받기
나대지(裸垈地) : 빈 터
나안(裸眼) 시력 : 맨눈 시력
나포(拿捕)하다 : 붙잡다
도색(塗色) : 색칠
양도(讓渡) : 넘져 줌
양수(讓受) : 넘겨받음
은닉(隱匿) : 감춤
이격(離隔) : 벌려 놓음
체납(滯納) : 밀림
하자(瑕疵) : 흠, 결점, 잘못

이런 단어는 자주 사용하는데 풀이에서 제시한 것처럼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입에 쉽게 익고 의미 표현을 섬세하게 하는데 도움을 얻는다. 이렇게 사용해보자.

‘탕비실’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이 말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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