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새 학년을 맞이하면 당연히 무언가 기념이 될만한 무엇을 사주고 싶고, 축하해 주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좋을까? 물론 자녀가 사달라고 하는 것을 사주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겠다. 그러나 무조건 자녀의 사달라는 것만을 사주기보다는 나름대로 무언가 부모님의 사랑과 지혜가 담긴 것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특히 요즘에는 필요한 학용품이 별로 없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습준비물을 대부분 준비해두기 때문에 옛날처럼 공책 10권, 크레파스, 색연필, 책받침, 연필 두 타스, 고학년이면 서예도구로 문방사우(먹·벼루·붓·화선지)와 화판, 악기 등을 사야 하는 그런 번거롭고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노트 몇 권, 연필, 지우개 정도면 나머지는 대부분 학교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교에서 준비를 해두고 잇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직접 돈을 가지고 사야할 학용품이 극히 줄어들었고, 거의 살 것이 없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새 학년이 된 어린이에게 어떤 선물을 사주면 좋을까?
고학년 어린이라면 용돈기입장을 사 주라고 권하고 싶다. 하필이면 자녀들이 가장 싫어하는 용돈기입장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상당히 인기 있는 책 중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라는 책이 있다. 이렇게 일찍부터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결코 부모가 잘못 가르친 것이 아니고 정말 잘 가르치는 것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용돈기입장을 쓰는 것은 자녀에게 돈을 쓰는 법, 아끼는 법, 자기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 그리고 자기 관리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공부는 조금 열심히 하면 따라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려서 잘못 길들여진 낭비벽이나, 돈에 대해 헤픈 버릇은 결코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흔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말은 바로 이런 버릇을 말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무슨 경제도서며 용돈기입장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어려서 자기 돈을 관리하는 버릇을 가진다면 청소년 시절에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온갖 나쁜 짓에 빠져드는 일을 막아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함부로 돈을 쓰다가 돈이 떨어지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벌이는 범죄행위가 얼마나 많은가? 더구나 그들은 지금까지 돈을 그렇게 써 왔기 때문에 자신이 한 일이 큰 범죄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자신의 귀한 자녀가 이렇게 잘못 되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게 바르게 지도해 가는데 소홀한 부모가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 이제 우리 자녀가 정말 바르게 자라고, 자기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현명함을 지니게 해주는 보모가 되어야겠다.
용돈 기입장을 사주라고 하니까 너도나도 모두 용돈기입장만 사다 준다면 어린이는 아마 질리고 말 것이다. 서로 상의를 하여서 어느 누구는 용돈기입장, 또 누구는 어린이가 바라는 무엇 이런 식으로 마음을 맞춰 주면서 꼭 올해부터는 용돈기입장을 쓰도록 유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자녀들을 경제를 아는 경제인, 올바른 소비를 할 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를 만들어야겠다.
위에 든 어린이 경제 도서를 함께 사다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요즘 꽤 많은 종류의 어린이경제도서가 출판이 되고 있다. 이런 책을 함께 선물하면 용돈기입장에 대한 거부감도 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