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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랑하는 제자 소영에게

소영아,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가 싶더니 벌써 온 산과 들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붉게 물들어서 우리들을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구나.

햇병아리 같았던 소영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니 얼마나 대견한 일이냐. 지금껏 늘 한시도 너를 잊어 본 적이 없단다. 주변 선생님과 지인들에게 네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 귀엽고 예쁜 우리 소영이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께서는 건강하시고 소희와 준석이는 잘 지내는지. 지금도 소희는 부모님께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 달라고 조르는지 모든 게 궁금하구나. 가끔은 선생님이 네 곁에서 살면서 너와 같이 놀아주고 옛날 얘기도 해주고 떡볶이도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붕어빵 파는 아저씨를 보면 네 생각을 많이 했단다. 1학년 꼬마로서 차마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 많은 시간들 그리고 지금까지 또 어떻게 생활했을까? 생각해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소영아,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서 선생님이 늘 강조했던 말 기억나니?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늑대와 양치기 소년,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무슨 일이든 정직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했었지.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성장했고 생각하는 것도 더 깊어지고 의젓해졌겠지?

정글인 생일파티, 학예발표회, 피구와 소꿉놀이 등 1학년 때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스쳐지나가는구나.

선생님은 작년에도 올해도 거듭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단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서 세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받는단다. 옛날 너와 함께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며 교직생활이 끝날 때까지 늘 아빠 같고 삼촌 같은 부담 없고 편안한 이미지의 선생님이 되고 싶단다.

소영아, 네가 큰 딸이니까 장애가 있는 엄마, 아빠를 대신하여 할 일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부모님 잘 도와 드려라.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식사 때는 밥상 차리는 일도 설거지 하는 일도 도와드리고 집안 청소며 소희와 준석이와 함께 놀아 주는 것도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일 같구나. 멀리서 널 지켜보지만 선생님 마음속에는 늘 너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가끔씩 선생님 학교에 놀러 오거라. 옛날 함께 먹었던 떡볶이도 같이 먹고 우리 2학년 아이들에게 언니로서 같이 놀아 주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소영아, 늘 감사하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 늘 너를 기억하며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거라.

2011년 5월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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