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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들이여,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자!

김춘수의 시 중에 '꽃'이란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하략 -

이름의 중요성을 이처럼 정확하게 묘사한 시가 또 있을까 싶다.

엊그제 연휴를 맞아 모처럼 동창회에 참석했다. 으레 그렇듯이 남자들이 모여 술 한 잔씩 들어가면 이야기의 주제가 자연스레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학창시절의 선생님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고, 또 현재까지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고, 어떤 친구는 선생이라면 존경은커녕 아예 생각하기도 싫다는 친구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 선생님이 지금도 자신의 삶을 지배할 정도로 존경한다는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다.

자기는 고등학교 때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 학교에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존재감 없이 생활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선생님께서 수업에 들어오시더니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시는 게 아닌가. 한 교실에 똑같은 제복을 입은 수많은 학생들이 앉아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이 대답해 볼까?" 하시는 게 아닌가. 그때 선생님의 음성은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로 그 선생님을 존경하며 잊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졸업 후에도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선생님을 찾아뵙고 상담을 받았고 그 결과 오늘의 큰 성공이 있었다는 것이다. 술자리에 있던 동창들 모두 그 친구의 말에 공감한다는 표정이었고 어떤 친구는 아예 박수까지 쳐대며 감동하고 있었다.

모두 똑같은 제복에 똑같은 머리스타일에 똑같은 책을 들고 앉아 있는 수많은 학생들 속에 묻히어 자신은 보잘것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있던 그 친구에게 선생님의 호명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용기가 되어 그 뒤로 더욱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공부에 정진했다고 한다.

이처럼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180도로 바꿀 수가 있으니 교사된 사람들은 이 점을 명심하여 오늘부터 학생들을 부를 때 "야, 야" 보다는 그 학생 고유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리하여 집단 속에 묻히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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